"동문·기부자 우대정책 안돼" 하버드 '레거시입학제' 뭇매
미국 연방대법원이 최근 '소수 인종 대입 우대 정책(Affirmative Action·AA)'을 위헌이라고 결정한 가운데 대학들의 동문 자녀 입학 우대 정책(레거시 입학 제도)을 폐기하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유명 대학 졸업자 중 상당수가 미국 사회 주류를 형성하는 백인인 만큼 이들 자녀를 우대하는 정책이 입시에서 인종 간 불평등을 재생산하고 있다는 취지에서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비영리기관 '민권을 위한 변호사'는 이날 하버드대 레거시 입학 제도가 민권법을 위반한다며 연방 교육부 민권 담당국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아울러 해당 제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이행 중단 명령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민권을 위한 변호사는 성명을 통해 "하버드대 기부자나 동문과 관련된 지원자 중 약 70%가 백인"이라며 "백인에게 부여되는 혜택 때문에 자격이 있는 유색인종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보스턴 지역 진보단체 3곳도 레거시 입학 제도가 유색인종 지원자를 차별하고 백인 지원자를 우대한다며 교육부에 해당 제도를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레거시 입학 제도는 대학 입시에서 동문이나 기부자 자녀를 우대하는 정책이다. 유대인과 이민자, 유색인종 자녀의 입학률을 줄이기 위해 1920년대부터 미국 대학이 도입하기 시작했다. 동문 입학으로 끈끈한 지역사회를 만들고, 기부금으로 확보한 재정을 사회적 약자를 위해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도입 명분이 됐다.
다만 최근 제도를 도입하는 대학 비중은 낮아지는 추세다. WSJ에 따르면 2020년 상위 250개 대학 중 레거시 입학 제도를 대학 입시에 고려하는 비중은 56%로 2004년(63%)보다 하락했다.
시민사회의 레거시 입학 제도 철폐 요구는 최근 연방대법원의 AA 위헌 판결과 맞물려 더욱 거세지고 있다. 소수자인 유색인종에 대한 우대 정책보다 사회 주류 세력인 백인에게 유리한 입학 제도가 더 차별적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백인 간에도 상당한 불평등이 발생하고 있다. NYT는 하버드대 입학 자료를 분석한 피터 아치디아코노 듀크대 경제학자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동문이거나 기부자인 부모를 둔 백인 지원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입학률이 5배 이상 높았다고 보도했다.
AA 위헌 판결에 강력히 항의했던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레거시 입학 제도를 수정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연방대법원 판결을 비판하면서 레거시 입학 제도에 대해 "기회가 아닌 특권을 확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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