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1조2천억원 수주 K제약·바이오 사상최대
기술이전 시간, 평균의 절반
생산성공률도 98%로 높아
바이오 위탁생산 1위 굳히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1위 제약사 화이자에서 1조2000억원에 달하는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물량을 수주했다. 단일 계약 기준으로 국내 제약·바이오 역사상 최대 성과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일 화이자와 1조1770억원 규모 바이오의약품 CMO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2년 연결기준 매출의 40%에 이르는 금액이다.
글로벌 1위 제약사 화이자가 올해 상반기에만 1조4200억원에 달하는 물량을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맡긴 데에는 압도적인 생산능력, 빠른 속도, 우수한 품질 관리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 의약품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판단해 선제적 투자로 생산능력을 미리 확보했다. 2011년 1공장(3만ℓ)을 시작으로 2013년 2공장(15만4000ℓ), 2015년 3공장(18만ℓ)을 증설한 것이 대표적이다. 2020년에는 단일공장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인 4공장(24만ℓ)을 짓기 시작해 지난달 완전 가동에 돌입했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총생산능력은 60만4000ℓ에 달한다. 공정 혁신을 꾀한 것도 화이자와의 파트너십을 공고히 다지는 데 주효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MO 작업에 소요되는 기술이전 기간을 업계 평균의 절반 수준으로 단축했다. 기술이전 기간이란 일종의 '비법 전수'에 투입되는 시간으로, 고객사가 맡긴 A라는 의약품을 당초 설계대로 생산하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여러 공정을 A 맞춤용으로 조정하는 기간을 뜻한다.
통상 CMO 기업은 6개월에 걸쳐 세팅을 하는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를 3개월로 줄였다. 그만큼 본생산에 돌입하는 일정도 앞당길 수 있다는 점에서 고객사의 만족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설립 직후부터 기술이전 전문팀을 구성하고, 축적된 데이터를 실시간 관리하는 등 공정 최적화 작업에 주력했다"며 "그 결과 고객사가 긴급 물량을 요청할 때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됐다"고 말했다.
배치 성공률이 업계 평균보다 높은 98% 수준이라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배치란 바이오 의약품 1회분을 생산하는 단위를 말한다. 배치 성공률이 98%라는 것은 100배치 중 불량이 2배치에 불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 업계에선 90~95%의 배치율을 우수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선 화이자가 단일이 아닌 다품종 바이오시밀러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맡겼다는 점에서 아시아 생산거점으로 우리나라 위상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바이오시밀러(8개)를 보유한 화이자는 그중 4종 이상을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통해 생산할 계획이다.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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