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아파트 현관문 꽁꽁 둘러싼 쇠파이프…“공사비 더 달라” 갈등

시공사, 조합원 한 가구당 추가 공사비 5000만원 요구
조합 측 “무분별한 유치권 행사로 하루아침 노숙자 전락”

아이에스동서가 최근 입주를 시작한 부산 영도구 동삼동의 한 아파트의 조합원 가구 224가구에 대해 지난달 30일부터 현관에 쇠파이프를 설치하는 등 유치권 행사에 나섰다. KBS 유튜브 영상 갈무리

 
부산의 한 재개발 아파트에서 시공사와 조합이 추가 공사비 분담 등의 문제로 갈등을 겪으면서 아직 입주도 하지 않은 새집 현관 벽을 뚫어 쇠파이프를 설치하는 일이 발생했다.

4일 동삼2재개발조합 등에 따르면 아이에스동서는 지난달 30일 입주를 시작한 부산 영도구 동삼동 ‘오션라이프 에일린의 뜰’ 전체 1200여 가구 가운데 조합원 물량 224가구에 대해 유치권 행사에 나섰다.

시공사 측은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할 추가 공사비 171억원가량을 받지 못해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시공사는 부산시 건축 심의 결과를 반영한 보강 공사와 조합이 요청한 창호 변경·붙박이장 공사 등을 추가로 진행했는데, 이로 인해 공사비가 171억원 늘었고 조합이 가지고 있는 재원을 제외한 103억원 가량을 개별 조합원이 나눠 부담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입주 시기가 다 되도록 시공사와 조합은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고, 시공사는 조합원 210명이 소유하고 있는 총 224가구의 입주를 막기 위해 현관문 앞에 쇠막대 2개를 위아래로 설치하는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파트 단지 곳곳에는 ‘조합원 출입을 금지한다’는 현수막이 내걸렸고, 출입구에는 용역 업체 직원들이 배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조합은 시공사 측이 요구하는 추가 공사비가 너무 과도해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시공사 측은 이미 문서상으로 합의가 된 사항이므로 납부를 약속해야 입주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조합 측은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담긴 ‘시공사의 노력으로 최종 일반분양가가 인상될 경우 추가 이익을 조합과 시공사가 50 대 50으로 배분한다’는 계약 조항의 적절성 여부에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단지는 일반 분양당시 분양 완판으로 총 334억여원 가량의 이익을 얻었고, 계약 조항에 따르면 시공사와 조합이 각각 117억원씩 이를 나눠 가져야 한다. 하지만 조합은 아이에스동서 측이 분양가 상승 노력에 대한 객관적이고 수긍할 만한 자료를 조합원들에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합 측은 “조합원들에게는 가구당 약 5000만원이나 되는 말도 안 되는 추가분담금을 요구하며 조합원 세대 입구에 흉물스런 쇠철봉으로 출입문을 봉쇄하고 있고 용역 경비를 동원시켜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시공사의 무분별한 공사비의 인상과 시공사의 유치권 행사로 조합원은 하루 아침에 노숙자로 전락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조합은 시공사 측에 일단 계약서를 쓰고 입주를 하되 이후 한국부동산원 검증을 해서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재협의하기로 한다는 단서조항을 넣자고 제의했으나 시공사 측은 가구당 5000만원 납부에 대한 각서를 써야만 입주를 시켜주겠다는 입장”이라며 “조합은 유치권 가처분 및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물론, 추가공사비 171억원에 대한 부당청구 감액 소송과 50대 50 이익 배분 조항에 대한 무효와 감액을 다투는 소송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아이에스동서 측은 “조합 측과 문서상으로 합의된 추가공사비에 대한 채권 확보를 위해 유치권을 행사 중”이라며 “입주기간 내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