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보안장관 "홍콩판 국가보안법, '약한 저항' 다룰 것"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 당국은 자체 추진하는 국가보안법에서 '약한(온건한) 저항'을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크리스 탕 홍콩 보안장관은 4일 친중 매체 문회보에 실린 인터뷰에서 "홍콩은 최근 몇년간 약한 저항과 함께 사람들을 쉽게 급진화시킬 수 있는 출판과 온라인 토론을 목격해왔다"면서 "홍콩판 국가보안법에는 약한 저항을 다루는 조항이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문제가 됐던 아동 책들을 언급하면서 "그 책들은 어린이들이 홍콩의 사법 체계에 대한 신뢰를 잃게 하고 국가 기관에 맞서 폭력을 사용하는 것만이 자신들의 집을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을 주입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홍콩 법원은 '양떼 마을 수호자', '양떼 마을의 용감한 12명의 영웅' 등 3권의 아동 그림책 관계자 5명에 선동적 간행물 출판과 배포를 모의한 혐의로 징역 19개월을 선고했다.
해당 책은 5~8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홍콩의 사회적 사건에 관해 설명하면서 양들의 마을과 늑대 침입자 간의 싸움을 다뤘다.
당시 법원은 "어린이들은 자신들이 양이고, 양을 해치려는 늑대는 중국과 홍콩 정부라는 이야기를 듣게 될 것"이라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지난 1일 홍콩 주권 반환 26주년 기념식에서 홍콩이 약한 저항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해서는 안 되며 적극적으로 국가 안보를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콩 정부는 지난해 7월 유엔 인권위원회가 홍콩국가보안법이 국제 협정에 어긋난다며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하자 2019년 홍콩 반정부 시위 이후 대중을 급진화시킨 '약한 저항'의 행동, '증오 발언과 출판'을 유엔 인권위가 참작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지난 5월 문회보는 지면 한 면을 털어 이른바 '쪽방' 주거문제를 다루는 단체가 주택 문제를 이용해 시민을 선동하는 '약한 저항'을 한다고 비판했다고 홍콩프리프레스(HKFP)는 전했다.
탕 장관은 문회보 인터뷰에서 국제 첩보 기관들이 중국 관련 자료 파악을 위해 공조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만큼 간첩 활동도 간과할 수 없다며 간첩과 사이버 범죄를 언급했다.
그는 "홍콩 정부는 국가 안보 수호 장치를 더욱 개선하도록 효과적이고 실용적인 조치와 조항을 만들기 위해 간첩과 사이버 범죄를 포함한 분야와 관련해 국가보안법과 현행법이 다루는 행동이 무엇인지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홍콩 정부는 입법을 통해 중요 인프라 운영자들의 사이버 안보 의무를 분명하게 규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탕 장관은 '23조'로 알려진 홍콩판 국가보안법을 별도로 제정하는 것은 현재 국가보안법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함이라며 "국가보안법과 23조의 결합은 포괄적인 국가 안보를 구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리 장관은 올해나 늦어도 내년까지 반드시 홍콩판 국가보안법을 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 기본법(미니헌법) 23조는 반역, 분리독립, 폭동선동, 국가전복, 국가기밀 절도 등에 대해 최장 30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이와 관련한 법률을 제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외국 정치기구가 홍콩에서 정치활동을 하거나 홍콩 정치단체가 외국 정치기구와 관련을 맺는 것을 금지하도록 했다.
홍콩은 2002년부터 국가보안법 제정을 추진해왔지만, 2003년 50만 명에 달하는 홍콩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국가보안법 반대"를 외치자 법안을 취소했다.
그런 상황에서 2019년 시작된 반정부 시위가 1년 가까이 거세게 이어지자 중국이 직접 홍콩국가보안법을 제정해 시행해버렸다.
2020년 6월 30일 시행된 홍콩국가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다.
이 법의 시행 후 홍콩의 민주 진영은 사실상 궤멸했으나 중국 정부는 홍콩 정부에 자체적으로 국가보안법을 별도로 제정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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