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산업강국 함께 하는 제조혁신] "생산성 40% 높였다"… SBB테크, 스마트공장으로 상장 성공

이새하 기자(ha12@mk.co.kr) 2023. 7. 4. 17: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매경·삼성 공동 캠페인
삼성 전문가 공정 노하우 이식
제품 생산 동선 10분의1로 줄여
작업자가 전체 공정 책임지는
셀 방식 도입해 조립량 60%↑
"우물 안 개구리서 벗어났다"

◆ 스마트산업 강국, 함께 하는 제조혁신 ◆

서호봉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실행팀 위원이 류재완 SBB테크 대표이사(왼쪽부터)와 SBB테크 공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30년 만에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난 것 같습니다." 지난달 경기도 김포시 SBB테크 본사에서 만난 류재완 대표는 삼성전자의 '스마트공장' 성과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반도체 장비용 베어링과 로봇 감속기를 만드는 SBB테크는 업력이 30년 된 회사다. 30년의 업력이 주는 의미는 그만큼 나름의 기술력으로 시장에서 인정받았다는 얘기다. 그래서 2019년 당시 주변에서 '스마트공장에 지원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을 때 류 대표는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혹시라도 삼성이라는 대기업으로 기술이 유출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걱정에서다. 그런 일이 생긴다면 기업의 생존이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심하던 류 대표를 설득하려 당시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지원센터장을 맡고 있던 김종호 전 사장이 찾아왔다. 김 전 사장은 "스마트공장을 적용한 삼성전자 구미 금형공장을 방문한 뒤에 생각해보라"고 제안했다고 한다.

류 대표는 직원 10명을 모아 구미 공장을 방문했고, 이곳에서 삼성전자의 기술력을 보고 깜짝 놀랐다. 구미 공장 견학 이후 삼성에 공장의 속살까지 모든 것을 보여주고, 삼성의 기술력을 배우자는 데 SBB테크 임직원이 공감대를 이뤘다.

스마트공장 프로젝트를 통해 SBB테크는 새롭게 태어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날 방문한 공장에서는 혼잡했다는 과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로봇감속기 조립공장 한편에는 감속기에 들어갈 자재를 보관하는 철제 선반장이 가지런히 들어서 있었다. 선반에는 부품이 종류별로 상자에 담겨 누구든지 찾기 쉽게 분류돼 있었다.

벽에는 공장 내 온도와 습도를 보여주는 온습도계가 걸려 있었다. 공장 내 온도는 24.8도, 습도(RH)는 56.7%. 정밀한 부품들인 만큼 온도와 습도 관리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스마트공장이 되면서 가장 크게 바뀐 부분은 기상측정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스마트공장 도입 전 SBB테크는 감속기 부품을 가공한 뒤 측정실에 이를 옮겨서 가공 상태를 확인했다. 부품이 원하는 수치에 맞지 않으면 다시 부품을 기계로 가져가 재가공했다. 수작업인 탓에 시간도 오래 걸리고 생산성도 낮았다.

삼성전자 도움으로 기상측정 시스템을 구축한 뒤에 현장은 완전히 달라졌다. 부품을 가공한 뒤 기계에서 곧바로 부품이 설계된 수치에 맞게 제작됐는지를 확인하고 재가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스마트공장 도입 직전인 2018년과 비교하면 시간당 생산성이 약 40% 향상됐다.

삼성전자 권유로 SBB테크는 '셀(cell) 방식'도 도입했다. 과거에는 여러 개 탁자를 쭉 나열해 두고 작업자들이 서로 다른 공정을 맡아 부품을 조립·가공했다.

삼성 기술전문가가 봤을 때 이러한 방식은 여러 개의 제품을 소량 생산하는 SBB테크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이후 SBB테크는 첫 공정부터 마지막 공정까지 작업자 1명이 책임지고 담당하는 셀 생산 방식을 적용했다.

새로운 생산 방식을 적용했더니 제품 생산성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이전에는 하루에 감속기 47개를 조립했다면, 셀 생산 방식을 도입한 이후에는 조립량이 75개로 약 60% 늘었다.

베어링 역시 조립 시간이 1개당 25분에서 15분으로, 볼 캐스터 조립 시간은 53분에서 10분으로 대폭 단축됐다.

삼성전자는 물류 전문가를 투입해 라인도 새로 짰다. 기존에는 구입한 순서대로 장비를 들여놔 직원들이 원자재를 들고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1층엔 조립라인, 2층에는 감속기·베어링 자재 창고, 3층에는 완제품 창고가 각각 있어 물류도 복잡했다.

삼성전자는 공정 순서대로 장비 위치를 바꿔 효율성을 높였다. 또 자재 창고를 조립라인 옆으로 옮겨서 부품을 쉽게 가져오게 했다. 그 결과 제품 1개 생산 시 232m에 이르던 동선이 10분의 1 수준인 22m로 줄어들었다.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게 된 점도 스마트공장 덕분이다. 생산하는 제품에 대한 데이터를 쌓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통계적인 품질 관리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스마트공장으로 생산성을 키운 SBB테크는 지난해 10월 기술특례로 코스닥에도 상장했다. 지난해 매출은 약 75억원이다.

SBB테크 성공 사례를 본 모회사 송현그룹도 스마트공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계열사인 산업용 파스너 기업인 KPF가 이미 스마트공장을 추진하고 있고, 선박용 케이블 제조사인 TMC도 스마트공장에 지원할 계획이다.

SBB테크는 앞으로도 스마트공장 고도화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생산 이력과 품질 데이터를 수집·분석할 수 있는 제조실행시스템(MES)과 재무·인사관리 등 자동화를 돕는 전사적 자원관리(ERP)를 고도화하는 게 목표다. 로봇감속기를 만드는 제2공장도 2025년 확장 이전할 계획이다.

[이새하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