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자금에 증여세 공제, 저출산 해결하려면 통 크게 해야 [사설]
결혼자금으로 쓰라고 증여한 돈에는 일정 한도를 정해 증여세를 물리지 않는 방안을 정부가 추진한다고 했다. 잘한 결정이다. 세계 꼴찌 수준으로 떨어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일본은 이미 결혼자금에는 1000만엔(약 9010만원)까지 공제하고 증여세를 물린다. 주택구입자금에 대한 공제 1200만엔(약 1억808만원)을 더하면 2200만엔까지 공제를 해주는 셈이다. 한국은 출산율이 0.78명으로 일본(1.26명)보다 훨씬 낮다. 공제 한도를 통 크게 정하는 게 옳다.
신혼부부의 결혼비용은 이미 평균이 3억3000만원을 넘어섰다. 한 결혼정보회사가 신혼부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주택 마련에 2억8000원, 혼수에 1573만원 등이 들었다고 한다. 이 돈을 마련하느라 신혼부부는 물론이고 그 부모까지 허리가 휘는 실정이다. 증여세를 면제해주면 그 부담이 줄어들고 결혼을 장려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한편에서는 이를 두고 '부자 감세'라고 하는데 그렇게 볼 일이 아니다. 한국은 상속·증여세율이 최고 50%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55%) 다음으로 높다. 일본은 각종 공제 제도가 마련돼 있으니 실상은 한국이 가장 높은 셈이다. 스웨덴과 노르웨이를 비롯한 OECD 15개국은 아예 상속·증여세가 없기까지 하다. 한국도 상속·증여세율을 OECD 평균인 15%로 낮추는 게 옳지만 야당의 반대로 힘든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결혼자금만이라도 공제를 확대해 세 부담을 줄여주는 게 옳다.
이탈리아는 출산율이 1.25명으로 한국보다 높은데도 자녀가 둘 이상이면 세금을 아예 물리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 역시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2030년까지가 출산율 하락을 반전시킬 마지막 기회"라며 대책 마련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국은 이들 나라보다 상황이 훨씬 심각해 국가 소멸 위기로 치닫고 있다. 그렇다면 더욱 절박한 심정으로 저출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제 결혼과 출산은 국가를 구하는 일로 간주돼야 한다. 통 큰 혜택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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