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두고 좁혀지지 않는 입장 차...노사 신경전 계속

4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10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부터),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계와 경영계가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두고 입장차를 좁혀지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4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0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어느 정도로 설정할지를 놓고 논의를 이어갔다.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 측은 지난 회의에서 박준식 최저임금위 위원장이 요구한 최저임금 요구안에 대한 수정안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용자위원 측은 이날 발표된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됐다는 점을 근거로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분배를 개선해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정부가 발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4%였다"며 "이는1980년, 1988년 외화위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등 단 네 차례를 제외하고는 196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경기침체 상황에서 노동계 주장처럼 최저임금마저 고율로 인상하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생업은 존폐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고 최저임금으로 보호하려는 취약계층 일자리도 불안해진다"고 지적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되면 중소기업 사업주에게 많은 부담이 돼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고용기회를 부여하려면 최저임금이 동결되거나 인상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근로자위원 측은 고물가 상황과 낮은 노동조합 조직률을 이유로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작년과 올해 적용한 최저임금에서 물가상승률을 각각 0.7%포인트, 0.6%포인트씩 낮게 잘못 예측하면서 낮은 최저임금 인상이 반복되고 있다"라고 짚었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노동조합 조직률이 14%대인 상황에서 (상시근로자 300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는 최저임금 인상이 곧 자신의 임금이 된다"고 말했다.

박 부위원장은 "고물가·고금리 상황에서 노동자는 가계대출에 허덕이며 줄이고 줄여 세끼를 두 끼로, 두 끼를 한 끼로 살아가는 실정"이라면서 "고물가 상황과 생계비를 제대로 검토해 심의할 수 있길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지난 주말 최저임금이 9800원대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보도를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류 사무총장은 해당 보도에 정부 관계자 인용이 담긴 것에 대해 "정부가 최저임금위에 모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고, 박 부위원장은 "노동자를 들러리로 세워 최저임금을 결정하려는 것 아닌지 묻겠다"라고 비난했다.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익명으로 보도되는 관계자 누구로부터 영향받은 바 없고 받을 수도 없다"라며 "그 관계자가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존재하더라도) 개인적 견해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공익위원은 최저임금 수준 결정에 있어 공정한 조정자이자 결정 당사자로서, 노사가 자율적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최종 순간까지 적극적 개입을 최대한 자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석준기자 mp1256@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