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읽기]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국제협력
(서울=뉴스1) = 지난 5월 공급망 강화와 관련된 두 가지 국제협력이 성사되었다. 첫 번째는 G7 정상회의에서의 경제안보 관련 협의이고, 두 번째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의 공급망 협정 타결이다. 이 두 가지 협의는 모두 우리나라의 공급망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그리고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 및 공급망 재편의 요소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일본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는 경제안보와 관련하여 두 가지 대응 방안을 발표하였다. 첫 번째는 경제적 강압에 대한 조정 플랫폼(coordination platform on economic coercion)을 설치하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중국이 주요 물자의 수출 제한을 통해 타국에 외교적 압력을 행사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두 번째는 국제 협력과 지원을 통한 핵심 광물의 개발이다. 중국에 대한 과도한 원자재 의존도를 줄이고 전 세계적으로 안정적인 핵심 광물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다.
IPEF의 공급망 협정은 크게 세 가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첫 번째는 특정 분야(품목)에서 공급망 위기가 발생하면 회원국들이 정보 공유 및 물류 협조 등을 통해 이를 극복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회원국들이 투자 확대, 물류 개선, 공동 연구개발 등을 통해 공급선 다변화를 추구하고, 이를 공급망 위원회(Supply Chain Council)에서 점검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공급망과 관련하여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협력하는 것이다.
위의 두 가지 협의는 모두 공급선 다변화와 공급망 위기 발생 시 공동 대응 및 협력이라는 요소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공급망 안정성 및 회복탄력성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G7 회원국의 GDP는 전 세계의 약 43%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위의 대응 방안은 전 세계 국가들과의 협력을 전제로 한다. IPEF에 참여하는 14개 국가의 GDP는 전 세계의 약 40%를 차지하고, 무역은 전체의 약 28%를 차지한다. 또한, 인도-태평양 지역은 향후 글로벌 경제성장의 중심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지역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국제협력은 중장기적으로 공급선 다변화와 위기 대응에 실질적인 보탬이 될 수 있으며, 타국의 경제적 강압을 억제하는 효과가 기대되는 만큼 우리나라의 국제전략 기조의 설정에도 더 많은 여지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또한, 두 협의 모두 핵심 광물자원 공급망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G7은 명시적으로 안정적인 핵심 광물 공급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IPEF의 공급망 협정 내용에는 핵심 광물자원이 특정되어 있지는 않으나, 회원국 중 호주와 인도네시아와 같은 자원 부국이 포함되어 있고 회원국 간 투자 확대와 물류 개선 등이 협정의 주요 사항인 만큼 협력 및 공동 개발을 통한 핵심 광물자원 공급망 강화의 가능성이 있다. 핵심 광물자원이 주요 첨단산업 및 녹색전환의 필수 요소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이러한 협의가 향후 어떻게 구체화할지는 미지수이다. 실질적인 역할을 하는 기구로 발전할 수도 있지만, 그저 선언적인 의미에 머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IPEF는 시장 접근(관세 인하)과 관련된 협의가 없어 회원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유인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하지만, 공급망 강화와 관련하여 논의하고 협력할 수 있는 국제적인 플랫폼이 마련된 것이 우리나라에 좋은 기회인 것은 분명하다.
한편, 위의 두 협의 및 공급망 문제와 관련하여 미국의 국제전략 기조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올해 G7 정상회의와 관련하여 주목할 사항 중 하나는 디리스킹(de-risking, 위험관리) 전략에 대한 회원국의 광범위한 지지이다. 디리스킹은 우르즐라 폰 데어 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중국과의 디커플링(decoupling, 탈동조화)에 반대하며 언급한 개념으로, 올해 4월 미국의 제이크 설리번(Jake Sullivan) 미 국가안보보좌관이 브루킹스 연구소와의 대담에서 미국이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을 추구한다고 밝히면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미국의 대(對)중 정책이 변화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위의 대담에서 첨단 반도체 등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는 분야에서만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를 다시 한번 명확히 밝히며 "small yard, high fence"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는데, 작년 10월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통제 시행 직후에도 똑같은 표현을 사용한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처음부터 중국과의 첨단기술 분야 격차 유지 및 확대에 주력해왔다. 따라서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의 디리스킹 관련 언급은 기존의 전략을 온건하게 표현한 것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현재 공급망 재편을 주도하는 미국은 중국과 공존하면서 우방국 및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고 위험을 관리하고자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앞서 논의한 경제안보 관련 두 가지 국제협의는 공급망 강화 전략으로서의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과 대(對)중 견제 전략으로서의 국제사회 연대 등을 잘 보여준다.
다만, G7 정상회의 공동성명과 IPEF 공급망 협정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전자는 중국에 대한 견제를 명시적으로 보여주지만, 후자는 이러한 내용을 포함하지 않는다. 이는 IPEF 회원국 대다수가 중국과 경제적으로 상당히 긴밀하게 얽혀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과로 해석된다. 모든 국가에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요하는 것이 미국에도 좋은 전략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오히려 IPEF의 성공을 위해서는 미국이 다른 회원국에 중국의 시스템보다 좋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적인 공급망 재편을 주도하는 미국의 과제이기도 하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경쟁은 앞으로도 공급망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역시 공급망 취약성 문제를 안고 있다. 공급망의 안정성과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것은 단기간에 해결이 어려운 중장기적인 과제이다. 최근 합의된 공급망 관련 국제협력은, 비록 상당한 불확실성도 가지고 있지만, 우리나라가 공급망 강화를 위해 추구할 수 있는 좋은 전략의 하나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성준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미래읽기 칼럼의 내용은 국회미래연구원 원고로 작성됐으며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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