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울려 퍼진 하모니···팬데믹·전쟁의 상흔 어루만지다

강릉=한순천 기자 2023. 7. 4.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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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에서 전쟁의 참상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소녀들이 한국을 찾았다.

이번 대회에는 전 세계 34개국 323팀, 8000여 명이 모여 아름다운 목소리를 전 세계에 들려준다.

말이 통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서 온 참가자들의 떼창을 유도하기도 했다.

개막식에는 개막식 전 강릉시 화재 현장을 찾아 감동의 노래를 선물하고 온 우크라이나 보그닉 소녀 합창단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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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서 막 오른 세계합창대회
34개국 323팀, 8000여명 참가
김건희 여사 "아름다운 감동" 축사
우크라이나 보그닉 소녀 합창단은
강릉 화재현장 찾아 치유의 노래
강원 강릉에서 열리는 2023 강릉 세계합창대회에 참가한 우크라이나 보그닉 소녀합창단이 3일 오후 지난 4월 발생한 대형산불로 불에 탄 경포의 한 펜션 앞에서 공연하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서울경제]

지구 반대편에서 전쟁의 참상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소녀들이 한국을 찾았다. 소녀들은 자신들의 아픔에도 불구하고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아름다운 치유의 멜로디를 선사했다. 따뜻한 위로의 목소리에 최근 화마로 삶의 터전을 잃은 강릉 주민들은 잠시나마 고뇌를 잊을 수 있었다.

2023 세계합창대회가 ‘모두를 위한 평화와 번영'이라는 주제로 3일 강릉에서 막을 올렸다. 이번 대회에는 전 세계 34개국 323팀, 8000여 명이 모여 아름다운 목소리를 전 세계에 들려준다.

3일 강원도 강릉시 강릉아레나에서 열린 '2023 강릉 세계합창대회' 개막식 모습. 사진 제공=세계합창대회 조직위원회

지난 3일 강원도 강릉시 강릉아레나에서는 2023 강릉 세계합창대회 개막식이 열렸다. 귄터 티치 인터쿨투르 총재는 개회사에서 “사람과 국가의 연결체로서 음악은 매우 중요하다”며 대회의 의의를 전했다.

개막식과 함께 진행된 문화공연에서는 한국적 색채가 가미된 합창의 매력을 엿볼 수 있었다. 소리꾼과 고수가 참여한 국악은 합창단과 오케스트라에 잘 스며들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서 온 참가자들의 떼창을 유도하기도 했다. ‘힐 더 월드’를 부를 때는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휴대폰 플래시를 비춰줬다. 성별·종교·나이에 관계없이 모두 평등하게 음악으로 하나가 된다는 메시지를 담은 주제가 ‘유 아 뮤직’은 모두에게 감동을 줬다. 특히 소리를 듣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수화로 가사를 전달하기도 했다. 개막식이 끝난 후에는 불꽃놀이도 이어졌다.

4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티치 총재는 “각국 합창단들의 협력이 잘 보여진 것 같다”며 “각 참가국들의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세계에 알리고 한국 문화와 합창과의 조화가 만족스러웠다”고 평가했다.

3일 강원도 강릉시 강릉아레나에서 열린 '2023 강릉 세계합창대회' 개막식 모습. 사진 제공=세계합창대회 조직위원회

개막식에 참석한 김건희 여사는 축사에서 “합창의 위대함은 언어와 국경을 뛰어넘어 깊은 우정을 쌓게 해줄 것”이라며 “다른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아름다운 감동은 선사한다”고 말했다.

개막식에는 개막식 전 강릉시 화재 현장을 찾아 감동의 노래를 선물하고 온 우크라이나 보그닉 소녀 합창단도 참석했다. 우크라이나의 국기가 행진하고 소녀 합창단이 화면에 잡힐 때마다 모든 참석자들은 일어나 큰 환호와 박수를 보내줬다. 김 여사도 “특히 우크라이나에서 먼 길을 와주신 보그닉 합창단에게 큰 박수를 부탁드린다”며 감사를 표했다. 티치 총재는 “우크라이나 합창단이 와줘서 기뻤다”며 “이전 대회에 참여하기도 했던 북한 합창단이 오기를 바랐는데 무산되어 아쉽다”고 말하기도 했다.

3일 강원도 강릉시 강릉아레나에서 열린 '2023 강릉 세계합창대회' 개막식에서 문화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사진 제공=세계합창대회 조직위원회

4일부터는 강릉아레나와 강릉장로교회, 강릉아트센터 등에서 본격적 경연이 시작됐다. 이날 오전에는 팀 앙상블·시닉팝·쇼콰이어 부문의 경연이 진행됐다. 합창단이 선사하는 아카펠라와 하모니에 관객들은 큰 환호를 보냈다. '린 온 미'의 아카펠라 버전은 오로지 목소리로만 편곡돼 새로운 매력을 보여줬다. '아이 윌 서바이브' 무대에서는 더위를 날릴 만한 시원한 목소리가 경연장을 가득 메웠다. 관객들도 박자에 맞는 박수로 화답했다.

한국 합창단에 공연에 이어 경연 무대에 올라온 남아프리카공화국 합창단은 '프리티 우먼' 등을 선보이며 흥을 돋궜다. 심사위원들과 관객들도 모두 어깨를 흔들며 무대를 즐겼다.

대회는 이달 13일까지 강릉시 일원에서 열린다. 참가자들은 경연과 함께 거리공연·퍼레이드 등을 펼치며 강릉시 일대를 희망의 목소리로 채울 예정이다.

김건희 여사가 3일 강원도 강릉아레나에서 열린 2023 강릉 세계합창대회 개막식에서 세계 각국에서 온 참가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 제공=대통령실
강릉=한순천 기자 soon100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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