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영칼럼] 퇴임 앞둔 지지율 70% 대통령

김대영 기자(kdy@mk.co.kr) 2023. 7. 4. 17:1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조코위, 현장가서 불편 해결
정적을 장관에 기용, 연정도
지지율은 목표 아닌 결과
韓정치인들, 현장서 '쇼'만
진정성 부족해 국민이 외면

올해 초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지지율이 76%에 달한다는 뉴스를 접했다. 인도네시아조사연구소(LSI) 조사에서 조코위 대통령의 임기 중 지지율이 막판에 가장 높게 나타난 것이다. 국가 정상의 임기 말 지지율이 추락하는 다른 나라와 대조적이라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 궁금증은 지난 5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매일경제 글로벌포럼에서 풀렸다. 현지인들에게 조코위 대통령의 인기 비결을 물었다. 이구동성으로 '블루수칸(blusukan)'을 꼽았다. 현지어로 '예고 없이 불쑥 방문한다'는 것이다. 조코위 자신도 대통령궁을 방문한 매일경제 포럼 예방단에게 "높은 지지율에 특별한 비결은 없다. 일주일에 사흘은 전국 각지로 가서 국민들과 만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수라카르타 시장 때부터 시장과 공장을 방문해 애로사항을 직접 들었다. 인도네시아에는 1만6000여 개의 섬이 있는데 일주일에 두세 번씩 섬들을 방문한다고 했다. 공무원의 보고가 아닌 현장에서 당사자들을 만나 문제 해결을 이뤄냈다. 또한 도로와 항만 등 국가기반시설을 확충해 경제 성장 인프라스트럭처를 꾸준히 마련해왔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외국 기업에서 많은 투자를 유치하고 친시장적 경제정책을 구사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아울러 조코위 대통령은 협치의 정치를 시도하고 정쟁을 줄이려고 노력했다. 대선에서 두 차례 맞붙었던 프라보워 수비안토 후보를 국방부 장관에 임명했으며 야당인 국민수권당까지 끌어들인 연정을 실시했다. 권력을 독점하지 않고 공유한 것이다.

눈을 한국으로 돌려보자.

한국 정치사를 보면 대통령은 임기 초반 현장 행보에 나섰다가 각종 갈등과 스캔들이 터지면 주로 청와대에 머물거나 해외 순방을 떠났다. 현장 행보도 선거를 앞두고 득표를 위한 이벤트에 참여한 경우가 많았다. 202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가덕도를 방문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가덕도 신공항은 당시 국토부·기재부가 반대 의견을 냈으며 심지어 정의당까지 "선거와 표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겠다는 대국민 사기에 가깝다"고 비판할 정도였다. 최근 후쿠시마 오염수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야당 대표가 장외집회에 나선 것도 국민들 보기에는 불편하다.

이는 조코위 대통령이 진정성을 갖고 취임 때부터 현장 행보를 해왔으며 그 결과로 지지율이 높아진 선순환과는 대조적이다.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10년간 지속된 그의 현장 행보를 지켜보면서 횟수뿐 아니라 진정성을 느껴 더 많은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대선에서 50% 미만의 득표에도 정권만 잡게 되면 어김없이 100% 권력을 휘둘러왔다. 국익은 뒷전이고 자신이 속한 정파의 이익이나 지지율을 가장 우선시했다. 심지어 상대 국가가 있는 외교에서도 지지율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기존 외교정책을 180도 뒤집었다. 그러나 조코위 대통령은 전임자들이 지켜온 비동맹 외교의 전통을 지키면서 미국, 중국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철저하게 장기적 국익을 추구하는 실용적 외교노선을 견지해온 것이다. 이는 정치적 지지 기반을 의식하거나 이전 정권과의 차별화를 위해 반미, 반일, 반중 프레임을 내거는 한국 정치인들과 대비된다.

한국 정치권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표밭을 다지고 상대방을 흠집 내기 위해 벌써부터 편을 가르고 괴담 시리즈를 양산하고 있다. 그런 정치인들에게 조코위 대통령식 조언을 해주고 싶다.

"각계각층의 불편이 있는 곳으로 내려가라. 이해관계자를 설득하고 장기적 국익을 위해 몸을 던져라. 그러면 지지율은 자동으로 올라가고 내년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다."

[김대영 부국장(산업부장 겸 지식부장)]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