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산업 독과점·보조금 담합 안돼…'킬러규제' 팍팍 걷어내라"(종합2보)
'경제정책방향' 회의 주재…"민생 법안, 국회서 발목 잡혀"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한지훈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4일 "특정 산업의 독과점 구조, 정부 보조금 나눠 먹기 등 이권 카르텔의 부당 이득을 예산 제로베이스 검토를 통해 낱낱이 걷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주재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회의 모두발언에서 '이권 카르텔 타파'를 거듭 화두로 내세우며 이같이 말했다.
대통령실은 별도 보도자료에서 이와 관련해 "금융·통신 산업의 과점 체계, 과학기술 혁신을 가로막는 정부 R&D(연구·개발) 나눠 먹기"를 언급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특정 산업이나 분야를 지목하지는 않았으며 이날 회의 중에도 공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이권 카르텔은 지속적으로 국민을 약탈하는 것"이라며 "모든 공직자는 이와 맞서기를 두려워하고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기업인들의 투자 결정을 막는 결정적 규제, '킬러 규제'를 팍팍 걷어내라"며 규제 혁신을 지시했다고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이 오후 브리핑에서 전했다.
특히 "단 몇 개라도 킬러 규제를 찾아서 시행령이나 법률 개정을 통해 신속히 제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킬러 레귤레이션'의 구체적인 사례를 들지는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늘 회의에서 규제 해소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었고 대통령이 입장을 정리해 말한 것"이라며 "기본적인 원칙을 말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킬러 규제를 없애란 것은 정부가 대통령 지시만큼 안 움직이고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냐'는 물음엔 "수출과 투자가 중요한데, 투자를 아예 못 하게 하는 규제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또한 "국민과 국민 경제를 인질로 삼고 정치 파업과 불법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의 협박에 절대 굴복하지 않고 단호히 대응하겠다"며 "불법 시위와 파업으로 무엇인가 얻을 수 있다는 기대를 깨끗이 접는 게 나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모든 것을 정상화하고 정의로운 시스템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정부 역할"이라며 "공직자도 올바른 국가관과 헌법관을 바탕으로 기득권 저항에 적극 싸워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민주노총이 '윤석열 정권 퇴진'을 내세워 오는 15일까지 2주 일정으로 총파업 중인 것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민주노총 파업 관련 보고에 따른 발언이냐'는 언론의 물음엔 "윤석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며 그 부분(이번 파업)도 배제됐다고 얘기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또한 "경제체질 개선과 민생 안정을 위한 법안 다수가 국회에서 발목 잡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어 많은 국민이 안타까워하고 있다"며 재정준칙 도입을 위한 '국가재정법'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각 부처 장관은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이런 필수적인 경제·민생 법안들이 신속히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제18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겸한 이날 회의는 18개 부처 장·차관, 국민경제자문회의 및 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국민의힘 지도부, 대통령실 참모진 등이 경제정책 성과 점검과 올 하반기 이후 경제정책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윤 대통령은 "올해 하반기는 한국 경제의 저력을 보여줄 중요 변곡점"이라며 "여전히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도 있지만, 지금껏 응축해온 혁신 역량을 발휘해 국민이 성과를 체감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각 부처에 수출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라고 지시하며 "세일즈 외교 성과를 뒷받침하는 후속 조치를 늘 챙기고 점검해달라"고 주문했다.
지역 인프라 조기 확충, 역전세·전세 사기·불법 사금융 등 위법 행위 엄정 대응 필요성도 언급했다.
회의에서는 먼저 추경호 경제부총리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보고 후 참석자들 간 '하반기 경제활력 회복과 민생 안정', '경제 체질 개선을 통한 미래 성장 기반 확충' 관련 토론이 진행됐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주요 민생현안과 관련해 각 부처는 문제점을 감추기보다는 이를 면밀히 파악해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당 윤재옥 원내대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규제개혁, 국민을 약탈하는 이권 카르텔에 대한 국정감사 등을 통해 대통령 말씀이 결과를 내도록 하겠다"며 "오늘 논의된 입법 사항들이 정기국회 중에 잘 처리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우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은 "지금껏 우리 과학기술 발전 전략이 선진국 모방형이었다면 이제 효율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이 과학기술 혁신은 국가안보 핵심"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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