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저격’ 추미애 ‘수조 물 먹방’ 김영선···민주당·국민의힘 ‘속앓이’
내년 총선 염두에 두고 지지자 향한 행보로 보여
당내에선 “총선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 목소리
여야의 전·현직 5선 중진 의원들이 ‘튀는’ 언행으로 구설에 오르고 있다. 내년 22대 총선 출마와 공천을 염두에 두고 지지자들을 향해 정치적 존재감을 알리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당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까 긴장하는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3일 KBS <더 라이브>에 출연해 2020년 12월16일 법무부 장관 시절 문재인 당시 대통령에게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의결서 서명을 받고 사퇴 요구를 받았다고 말했다. 추 전 장관은 “(대통령이) ‘수고한 장관이 물러나야 되겠다’ 이런 취지의 말씀을 하신 것”이라며 “제대로 책무를 이행한 사람한테는 물러나라. 또 잘못한 사람(윤석열 당시 총장)한테는 아무 소리 안 하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문 전 대통령을 겨냥했다. 그는 또 “너무 이해가 안 돼서 (문 대통령에게)‘저에게 힘을 실어주십시오’라고 그랬더니 ‘당이 요구를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낙연 (당시) 대표는 그렇게 하면 안 됐다. 재보궐 선거 때문에 제가 퇴장해야 된다고 하면 안 됐다“고 말했다. 과거 자신이 법무장관에서 물러났던 상황을 거론하며 문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표를 모두 저격한 것이다.
김영선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30일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횟감 생선이 들어가 있는 수조 속 물을 손으로 떠마셔 논란이 됐다. 김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튀겨지는지 ‘뇌송송(구멍탁)’ 되는지 보라고 먹어본 것”이라고 자신의 ‘먹방’ 취지를 설명했다.
이들의 행보는 강성 지지층의 호응을 얻고 존재감을 키워 22대 총선 공천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해석된다. 추 전 장관은 서울 광진구을 지역구에서 5선 의원을 지냈지만 21대 총선을 앞둔 2019년 12월 법무부 장관에 내정되며 출마를 접었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맞서며 ‘검찰개혁’의 상징으로 강성 지지자들에게 지지를 얻은 추 전 장관은 지난해 대선 이후 정치활동을 자제하다 이들의 세를 다시 규합하며 총선에 재도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추 전 장관이 친문재인에서 친이재명으로 환승을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평론가인 전원책 변호사는 4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추 장관의 발언에 대해 “나는 이제 이재명 대표에게 줄 서겠어”라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김 의원은 당내 최다선인 5선이지만, 10년 동안 국회 밖을 떠돈 경험이 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도지사 출마 등 기회를 여럿 엿봤으나 매번 문턱을 넘지 못했고, 21대 국회도 지난해 보궐선거로 어렵게 이뤘다.
이들의 행보가 총선에는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검찰개혁을 둘러싼 추 전 장관과 윤 대통령의 충돌이 중도층을 민주당에서 떠나가게 했던 전례가 총선에서 반복되리란 불안감이 감지된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기를 장관에 앉혀준 대통령까지 불쏘시개로 써서 자기 장사를 하는 것은 아니다 싶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을 만들어 주신 일등공신을 뽑으라면 저는 단연 조국·추미애 장관을 꼽겠다”며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책임을 통감하셔야죠”라고 말했다.
친이낙연계인 신경민 전 의원은 전날 KBS라디오에서 “추 전 장관이 경질되는 데 이 전 대표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보는 것 같은데 사실이 아니다”라며 “계속 이러는 건 당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당 대표까지 하신 분이 왜 전직 대통령과 전 대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일부 사실이 아닌 것까지 확신해가면서 비판하는지 모르겠다. 지금의 정권 교체를 본인이 초래한 것도 있지 않나”라며 “국민적 눈높이에 맞지 않는 행보는 민주당이 나아갈 길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도 김 의원의 행동이 당에 리스크가 되지 않도록 바쁘게 움직였다. 당 지도부의 한 인사는 지난 3일 최고위원회의 전 비공개 사전회의에서 김 의원 수조 물 먹방을 언급하며 “국민적 공감대를 전혀 얻을 수 없는 행동으로, 민주당 정치공세에 대응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오염수 여론이 민감한 가운데 야당에 공격 빌미만 줬다는 지적이다. 김기현 대표는 “의욕이 앞서 자칫 일본 정부 대변인처럼 보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며 공감을 표하고, 당 의원들을 향해 논란이 될 수 있는 언행 주의를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4일 김 의원에 대해 “왜 이렇게 몸을 던져가면서까지 일본 정부 편을 드나”라고 공격했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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