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검찰 '故고동영 일병 조사 무마' 중대장에 징역 3년 구형

"불이익 없도록 입 다물라 해"…1심 군사법원은 무죄 선고
유족측 "군검찰, 아무것도 안 해놓고 유죄판결 요청" 비판

법원 로고 [촬영 이율립]

(서울=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소속 병사가 휴가 중 극단적 선택을 하자 헌병대 조사를 무마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육군 중대장의 2심 재판에서 군검찰이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군검찰은 4일 서울고법 형사10부(남성민 박은영 김선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당시 중대장 A씨의 결심공판에서 이같이 구형했다.

군검찰은 "당시 피고인의 발언은 사망에 대한 인사·징계의 불이익이 없도록 입을 다물라는 취지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며 "폐쇄적이며 위계질서가 강한 군 분위기에 비춰 자살 원인을 신고·진술하지 못하도록 억압해 권리 행사를 방해한 것"이라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최후진술에서 "간부와 병사를 집합시켜 조사를 방해하려 한 사실은 결코 없다"며 "오히려 사망 원인을 명확히 밝혀주는 것이 당사자와 부모님께 하는 마지막 도리라 생각해 조사에 성실하게 임했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A씨는 2015년 5월27일 부대원인 고(故) 고동영 일병이 휴가 중 극단 선택을 하자 간부들을 모아 "(헌병대 조사에서) 이상한 소리는 하지 말고 모른다고 말하라"고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기소됐다.

당시 조사에서 부대 간부들은 고 일병을 꾸중한 적은 있지만 구타나 욕설은 없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유서에는 "군 생활한 지 거의 1년이 다 돼 가는데 심적으로 너무 힘들다"며 폭언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과 직무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말이 담겨 있었다.

묻히는 듯하던 사건은 군인권센터가 같은 부대원의 은폐 의혹 제보를 공개해 재조명됐다. 유족은 2022년 5월 제보를 토대로 A씨를 고소했고, 군검찰은 그를 재판에 넘겼다.

군검찰은 1심에서도 징역 3년을 구형했지만, 군사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재판을 방청한 고 일병의 유족과 변호인은 군검찰이 A씨의 유죄를 받아낼 의지가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유족 측 김정민 변호사는 재판 후 기자들과 만나 "1심 판결에 문제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지적하고 보강을 해야 하는데 아무런 증거 보강 없이 유죄를 해달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군검찰이 아무것도 안 한다"고 주장했다.

2심 선고공판은 내달 24일 열린다.

발표하는 임태훈 소장 2022년 6월7일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임태훈 소장이 육군 11사단 고 일병 사망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2vs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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