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응급실 ‘새벽 6시 전 퇴원·입원 불가’ 동의해야 받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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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접수 창구에서 '응급 치료가 길어지더라도 새벽 6시 이전에는 무조건 병원에서 나가야 하고, 입원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조건에 동의한 뒤에야 겨우 아이를 데리고 응급실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윤은미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지난 4월 경기도 한 종합병원 소아응급실에 세 살 아이를 데려갔다가 이런 일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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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접수 창구에서 ‘응급 치료가 길어지더라도 새벽 6시 이전에는 무조건 병원에서 나가야 하고, 입원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조건에 동의한 뒤에야 겨우 아이를 데리고 응급실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윤은미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지난 4월 경기도 한 종합병원 소아응급실에 세 살 아이를 데려갔다가 이런 일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4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이 연 ‘소아 응급의료 체계 붕괴 책임을 묻는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에서 윤씨는 “응급실에서 검사 결과 폐렴이었고, 염증 수치가 높아 꼭 입원해야 한다고 진단하면서도 내줄 입원 병상은 없다고 했다. 그때 응급실에 왔던 다른 아이도 낙상사고 뒤 구토를 했지만, 마찬가지로 ‘새벽 6시엔 나가야 하고, 시티(CT)상 뇌출혈이 있더라도 입원은 못 한다’는 조건으로 진료를 봤다”고 기억했다. 두 살짜리 쌍둥이를 둔 최서연 활동가도 이 자리에서 "아이들이 코로나19 등에 걸렸을 때, 병상이 없거나 소아과 전문의가 없다는 이유로 응급실 입원을 세 차례 거부당한 적이 있다”며 “아이가 아픈데 치료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부모를 무력감에 빠지게 한다"고 말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국 45개 상급종합병원 가운데 소아 응급환자를 365일 24시간 수용할 수 있는 곳은 12곳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나마 이 가운데 8곳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몰려 있었다. 단체가 지난달 7일부터 23일까지 해당 병원들에 유선으로 조사한 결과와 단체로 접수된 이용자 경험을 종합한 결과다.
365일 24시간 소아 응급환자를 수용할 수 없는 상급종합병원은 주로 당직을 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부족해 특정 시간에는 소아 응급환자를 받지 못하는 경우였다. 정치하는엄마들은 “12곳을 제외한 나머지는 응급실이 열려 있어도 소아청소년과 당직의가 없으면 소아응급환자를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소아응급환자를 받는 요일과 시간을 정해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소아과 당직의가 있을지는 환자가 와 봐야 안다’고 답했다. 이건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돌라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소아응급실 사각지대 확산에 대한 책임이 이같은 상황을 방치한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있다며 이날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감사청구서에서 이들은 “보건복지부와 각 지자체는 소아응급의료체계에서 기본적 책무를 다하지 않았고, 의료분야 전문가들이 문제가 더욱 심각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음에도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에 함께한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많은 자원이 비응급의료에 쏠려 있어 응급의료에 여러 문제가 생기고 있다. 상급종합병원 등 응급의료 인력 충원을 관리·감독해야 할 보건복지부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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