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휘어잡고 있었는데...잔디에 발목 잡힌 43세 비너스
“계속 전진할 것”
“경기를 휘어잡고 있었는데, 잔디가 저를 잡아버렸네요 (I was literally killing it - then I got killed by the grass).”
통산 24번째 윔블던 본선에 나선 여자 테니스 현역 최고령 선수인 비너스 윌리엄스(43·미국·세계 558위)가 첫 판에서 아쉬움을 삼켰다.
윌리엄스는 3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윔블던 여자 단식 1회전에서 엘리나 스비톨리나(29·우크라이나·76위)에게 1시간 32분 끝에 세트스코어 0대2(4-6 3-6)로 무릎을 꿇었다.
햄스트링 부상을 털어내고 잔디 코트에 나선 윌리엄스는 이날 초반부터 스비톨리나를 몰아붙였다. 아직 부상 여파가 남아 있는 듯 오른쪽 무릎에 흰색 압박붕대를 감고 나왔으나 윌리엄스의 샷은 정교했다. 최근 출산 후 복귀한 스비톨리나의 첫 서브 게임부터 가져와 2-0으로 앞서나가며 기선제압을 확실히 했다.
하지만 윌리엄스는 2-1로 앞선 4번째 게임 네트 플레이 과정에서 미끄러지며 넘어졌다. 비명을 지른 채 넘어진 그는 한동안 붕대가 감긴 오른쪽 무릎을 움켜잡은 채 고통스러워했다.
윌리엄스는 이후 절뚝이며 벤치로 돌아와 처치를 받았다. 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다시 경기에 나섰으나 몸놀림이 눈에 띄게 둔해졌고, 결국 경기를 내줬다. 이날 윌리엄스는 서브에이스(2-6)와 공격 성공 횟수인 위너(16-28) 등 공격 수치 전반에서 스비톨리나에 뒤졌다.
윌리엄스는 경기 후 “이런 일이 일어나 믿기지 않는다”고 아쉬워하면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왔다. 충격적이지만 이게 바로 스포츠”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1980년 6월 17일생인 윌리엄스는 투어 단식을 뛰는 선수 가운데 최고령이다. 맞붙는 상대들과는 대개 나이로 띠동갑 이상 차이가 난다. 1981년생인 남자 테니스의 로저 페더러(스위스)와 여동생 세리나는 지난해 테니스 코트를 떠났다. 윌리엄스가 17세이던 1997년 처음 윔블던 본선 무대를 밟았을 때 올해 본선 대진표에 이름을 올린 선수 중 53명은 태어나지도 않았었다.
세계 1위 출신인 윌리엄스에게 윔블던은 특별한 장소다. 2000년에 첫 메이저 대회 여자 단식 우승을 윔블던에서 맛보는 등 여자 단식에서만 5회(2000, 2001, 2005, 2007, 2008년) 정상에 올랐다. 동생 세리나와는 여자 복식에서 6회(2000, 2002, 2008, 2009, 2012, 2016년) 우승을 합작했다.
윌리엄스는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한 뒤 계속 전진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지난 20여년 동안 이는 한 가지를 의미했다. 코트에 건강하게 다시 돌아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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