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팀쿡의 야심작이라더니…비전프로 출발부터 삐그덕, 왜?

안서진 매경닷컴 기자(seojin@mk.co.kr) 2023. 7. 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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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지난달 선보인 혼합현실(MR·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의 장점을 더한 것) 기기 ‘비전프로’가 생산량을 예상보다 크게 줄일 전망이다. [사진출처=애플]
애플이 지난달 선보인 혼합현실(MR·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의 장점을 더한 것) 기기 ‘비전프로’가 생산량을 예상보다 크게 줄일 전망이다. 높은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부담이 큰 데다 생산의 어려움 등의 이유로 목표량을 줄이게 됐다.

4일 파이낸셜타임즈(FT)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비전프로의 첫해 생산 목표량을 기존 100만대에서 40만대 미만으로 낮췄다.

FT는 부품업체 등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비전프로의 내년 목표 생산량을 100만대에서 40만대 이하로 줄였다”며 “유일한 조립 업체로 알려진 중국 럭스셰어는 40만대 이하 제조를, 중국에 기반을 둔 부품 업체는 애플이 13~15만대에 대한 부품 생산만 요청했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애플은 지난달 5일 열린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9년 만의 새 자사 폼팩터인 비전 프로를 첫 공개하고 내년 초 미국 시장에서부터 판매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비전프로는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아우르는 혼합현실(MR) 헤드셋이다.

당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의 시작”이라며 “맥이 개인 컴퓨터를, 아이폰이 모바일 컴퓨팅 시대를 열었던 것처럼 비전 프로를 통해선 새로운 공간 컴퓨팅을 선보이게 됐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애플이 생산 목표를 줄인 가장 큰 이유는 디스플레이 문제 때문이다. 비전프로는 두개의 내부 마이크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바깥쪽을 향해 구부러진 렌즈로 구성되는데 애플이 디스플레이 수율(정상품 비율)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시연에 쓰인 디스플레이는 소니와 TSMC가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비싼 가격 탓에 시장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영향을 미쳤다. 내년 초 출시 예정인 애플 비전 프로의 가격은 3499달러(한화 약 459만원)다. 이는 경쟁사인 메타가 지난달 선보인 MR헤드셋 ‘퀘스트3’의 가격(499달러)에 비하면 약 7배 가량 비싸다.

제이 골드버그 기술 컨설팅 업체 D/D어드바이저 설립자는 “비전프로는 어떤 것보다도 가장 복잡한 기기”라며 “애플은 비전프로의 많은 기술을 확장하는데 시간이 걸리며 첫 해 이것으로 돈을 벌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잔나 스트리터 영국 투자펀드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의 시장분석가는 “비전프로는 이미 높은 가격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또 다른 잠재적 난관을 만났다”며 “애플은 이전에도 어려움을 겪었지만 사용자 테스트를 거친 후 잘 극복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비전프로가 초반 생산량 확대에는 어려움을 겪겠지만 5년 내로 소비자 기기의 대중화 기점으로 꼽히는 2000만대 가량의 누적 판매량을 달성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캐널리스의 제이슨 로 애널리스트는 “내년엔 35만대 수준을 생산하겠지만 5년 뒤에는 1260만대까지 늘어날 것”이라며 “제한된 생산량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충성스러운 팬들이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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