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만원 물막이판 직접 설치하라니" 장마 앞두고 반지하 청년 삼중고

2023. 7. 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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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폭우로 피해를 입은 서울시 관악구에서 1층 가게를 운영하는 30대 A씨는 건물주에게 차수판(물막이판)을 설치해 달라 했다가 직접 설치하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관악구 신림동에서 한 층에 3가구가 사는 3층짜리 건물을 소유한 70대 후반 남성은 "장마 이후에 반지하 3가구를 리모델링한다고 700~800만원 정도 들었다"며 "구청에서는 100~200만원 밖에 지원해주지 않아 부득이하게 월세를 올리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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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수판 직접 설치하라"는 집주인
지난해 장마로 리모델링하면서 월세 부담도 늘어
반지하 특유의 꿉꿉함 때문에 제습기도 구매해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의 한 다세대 주택. 차수판(물막이판)은 설치되지 않은 채로 창문에 비닐 덮개가 씌여있다. 박지영 기자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지난해 폭우로 피해를 입은 서울시 관악구에서 1층 가게를 운영하는 30대 A씨는 건물주에게 차수판(물막이판)을 설치해 달라 했다가 직접 설치하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A씨는 “하나에 40만원이 넘는 차수판을 무슨 수로 혼자 설치하냐"며 "지난해 무릎 밑까지 물이 찼다는데 올해도 반복될까봐 걱정된다”고 했다.

장마를 앞두고 반지하에 거주하는 청년들의 걱정은 깊어지고 있다. 반지하에 거주하는 청년들은 열악한 주거환경에 더해 오른 월세, 장마까지 고민이 많다. 반지하에 들어갔는데 물가가 상승하면서 생활비에도 어려움을 겪고, 장마로 침수까지 걱정하게 되면서다.

지난해 폭우로 피해를 봤던 반지하 주민들도 우려가 컸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에 거주하는 B(37) 씨는 “수해가 일어난 지역이라는 것을 알고 올해 6월 들어왔는데 다행히 집주인이 차수판을 설치해 놨다”면서 “그래도 다른 집은 집주인이 장판으로 창문을 막아놨던데, 그런 집주인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한숨을 돌렸다.

오른 월세도 문제다. 지난해 폭우 이후 관악구 신림동 일대 반지하들은 대부분 리모델링을 하면서 월세도 소폭 올랐다. 관악구 신림동 C공인중개사 대표는 “지난해 장마로 침수 된 이후 리모델링을 다시 하면서 월세가 평균 5만원 정도 올랐다”고 했다. 하지만 남은 공실은 3~4곳 중에 1곳 정도에 그친다.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의 한 빌라. 반지하 창문에 차수판이 설치돼 있다. 박지영 기자

월세를 올린 건물주들도 나름의 사정은 있었다. 관악구 신림동에서 한 층에 3가구가 사는 3층짜리 건물을 소유한 70대 후반 남성은 “장마 이후에 반지하 3가구를 리모델링한다고 700~800만원 정도 들었다”며 “구청에서는 100~200만원 밖에 지원해주지 않아 부득이하게 월세를 올리게 됐다”고 했다.

침수 걱정이 없다고 끝이 아니다. 독립 후 쭉 반지하에서 거주한 차모(28) 씨는 작년 장마가 지나고 폐렴에 걸렸다. 차씨는 “반지하라 빛이 잘 안드는데, 하도 꿉꿉한 냄새가 나서 벽지를 뜯어봤더니 침대 옆에 전부 곰팡이가 슬어 있었다”며 “여름에 왜 자꾸 기침을 하나 싶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서울시 중구 반지하에 거주하는 이모(27) 씨는 지난해 장마가 끝나고 옷장에 핀 곰팡이를 발견했다. 이 씨는 “장마를 겪고 나서 옷에 곰팡이가 슬어서 몇 벌 버렸다”며 “장마만 되면 아무리 빨래를 해도 쿱쿱한 냄새가 가시질 않아 한 달 월세 가격에 준하는 제습기를 구매했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더 나은 주거환경을 위해 반지하라는 선택지를 골랐지만, 오롯이 개인이 피해를 떠안게 되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라며 “재난에 취약한 주거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주거위기가 심화되고 있다”고 했다.

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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