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아무 정보가 없어요” 바다가 전부인 태평양섬 어부들의 우려

최서은 기자 2023. 7. 4.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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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어부가 괌 아가나만에서 낚시를 하고 있다. Gettyimages/이매진스

“바다는 우리의 유일한 수입원이자, 삶의 일부입니다. 우리 자식들도 바다에 의존해 살아가야 합니다.”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를 앞두고 태평양 도서지역 어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태평양 도서지역에서 대부분의 식량과 수입을 바다에 의존하며 살아가는 230만 명의 주민들 다수는 100만t 이상의 후쿠시마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려는 일본 정부의 계획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바누아투의 왈라섬에서 어업을 하며 살아가는 찰리 말렙(54)은 일본의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일본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며 “우리는 거의 평생 해산물에 의존해 왔고, 매일 생선을 먹으며 살고 있으며, 생선이 우리의 수입원”이라고 말했다. 말렙은 지금도 매일 아침 5시에 바다에 나와 그물을 펼쳐 정어리 등 물고기를 잡으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되면 태평양 바다에서 어업에 의존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존과 생업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지만, 이들 대부분은 오염수 방류와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다.

말렙은 “나는 아무런 정보가 없고, 더 알고 싶다”며 “일본이 밀어붙인다면, 우리에게 영향을 끼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래 세대도 우리의 아름다운 산호초와 자연, 바다 생물을 의존해 살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파푸아뉴기니의 뉴아일랜드주 앞바다 산호초에서 작살 낚시를 하며 살아가는 해리 파홀 역시 “이곳은 참치의 번식지이자 고래의 이동 통로”라며 “이 지역의 모든 사람들이 오염수 방류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핵폐기물의 영향에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가 국제 기준보다 안전한 수준으로 희석되며 수십 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바다로 방류되기 때문에 사람과 해양 생물에 무해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인근 국가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 역시 오염수의 장기적인 영향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방류가 연기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년 동안 일본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협의해온 태평양 도서국 18개국으로 구성된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은 지난 1월 오염수 방류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PIF는 일본 오염수 방류가 태도국의 경제 기반이자 전 세계 참치의 주요 공급처인 이 지역 어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방류 연기를 촉구했다.

헨리 푸나 PIF 사무총장은 “일본의 핵폐기물 투기로 태평양 국가들이 얻을 것은 없으며 앞으로 여러 세대에 걸쳐 핵 유산 문제와 해양, 어업, 환경, 생물 다양성, 기후 변화, 건강 등 많은 위험을 안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명에서 “우리 모두가 이 문제에 대해 공통된 이해를 갖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작업과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분명하다”면서 “특히 영향을 받는 국가들과의 포괄적인 국제 협의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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