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 사진 꼴도 보기 싫은데” '창피한 과거' 지워버리고 싶어 이렇게까지?

흑역사 사진을 대표하는 밈인 가수 채연의 싸이월드 게시물.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 A씨는 초등학교 시절 멋 모르고 찍은 영상으로 곤란을 겪게 됐다. 영상 공유 플랫폼에 자신의 얼굴과 집 내부가 나오는 영상을 올렸는데, 해당 영상이 여전히 남아 있는 걸 발견했기 때문이다. A씨는 어릴 적 만들었던 계정의 비밀번호도 잊어, 설상가상으로 삭제조차 할 수 없게 됐다.

A씨처럼 과거에 올린 게시물을 삭제하고 싶지만, 지우지 못 하는 사람들이 일명 ‘디지털 장의사’를 찾는 수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엔 정부 차원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디지털 장의사를 자처하고 나섰는데, 신청 건수가 심상치 않다.

최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는 ‘아동·청소년 디지털 잊힐권리 시범사업’ 시행 2개월 차를 맞아 운영현황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된 운영현황은 시범 사업 시행 직후인 4월 24일부터 6월 30일까지 신청 현황을 분석한 자료다. 해당 기간 내 총 3488건이 신청됐다. 신청자는 15세가 가장 많고, 게시물 삭제 요청이 가장 많았던 플랫폼은 ‘유튜브’로 조사됐다.

‘아동·청소년 디지털 잊힐 권리 시범사업’은 아동 청소년이 해당 게시물을 삭제 또는 가림처리(접근배제)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다. 현재 청소년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시범 사업은 만 18세 미만 시기에 남긴 게시글에 대해 최대 만 24세가 되어서도 삭제, 가림처리 등을 신청해 과정을 지원받을 수 있는 사업이다.

‘아동·청소년 디지털 잊힐 권리 시범사업’ 신청자 연령 상위 5위 그래프. [개인정보호위원회 제공]

나이별 신청자 수는 일명 ‘중2병’이라고 불리는 나이의 15세가 전체 신청자 가운데 가장 많았다. 총 652건의 신청이 접수됐다. 2위는 17세로, 신청 건수는 501건이었다. 뒤이어 ▷16세(498건) ▷14세(478건) ▷18세(290건) 순이었다.

‘아동·청소년 디지털 잊힐 권리 시범사업’ 삭제 요청 수 상위 5개 플랫폼. [개인정보호위원회 제공]

삭제 요청이 가장 많은 플랫폼은 유튜브로 집계됐다. 전체 삭제 요청 건수 가운데 유튜브는 총 931건의 신청이 접수되면 1위를 차지했다. 페이스북이 632건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네이버 593건으로 뒤를 이었다. 청소년에게 인기가 많은 플랫폼인 틱톡(515건), 인스타그램(472건)도 5위권에 들었다.

접수된 사례 중에는 본인 사진이나 영상, 전화번호 등을 인터넷에 게시했다가 삭제 권한을 잃어버린 경우가 많았다. 주로 게시물을 삭제하지 않은 채 사이트·플랫폼을 탈퇴하거나 어렸을 때 만든 계정을 분실한 경우가 많았다.

이런 경우 ▷담당자 상담 ▷자기게시물 입증자료 보완 ▷사업자 요청 등 과정을 거쳐 게시물 삭제와 검색목록 배제가 이뤄졌다.

개보위 관계자는 “아동·청소년은 미취학 시기부터 SNS·플랫폼 등을 활발하게 사용해 왔다”며 “활발한 사용만큼 개인정보 노출 위험성에 대해선 인식이 높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정렬 개인정보위 사무처장은 “서비스 개시 2개월 만에 3500명에 가까운 아동·청소년들이 신청한 만큼 ‘아동·청소년 디지털 잊힐 권리 시범사업’은 국민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개인정보 통제권 행사 지원사업이다”라며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서비스의 운영현황과 성과를 살펴보고 보다 많은 아동·청소년이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k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