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터 티치 “남북한 합창단이 함께 노래하는 게 큰바람”

이강은 2023. 7. 4.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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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같이 노래한 사람들은 절대 서로 총을 겨누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도 (분단 상황 때문에) 정치적으로 어려운 환경이지만 남한과 북한 합창단이 함께 모여 노래하는 게 큰 바람입니다."

'2023 강릉 세계합창대회'를 주관하는 독일 인터쿨투르재단 권터 티치(77·사진) 총재는 4일 이번 대회 주제인 '모두를 위한 평화와 번영'에 대해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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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소녀합창단, 강릉 산불 이재민 찾아 위로 하모니

“한번 같이 노래한 사람들은 절대 서로 총을 겨누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도 (분단 상황 때문에) 정치적으로 어려운 환경이지만 남한과 북한 합창단이 함께 모여 노래하는 게 큰 바람입니다.”

‘2023 강릉 세계합창대회’를 주관하는 독일 인터쿨투르재단 권터 티치(77·사진) 총재는 4일 이번 대회 주제인 ‘모두를 위한 평화와 번영’에 대해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개막식이 열린 강릉 아레나에서 한 인터뷰 자리에서다. 그는 앞서 북한 합창단을 초청하려고 독일 주재 북한 대사관에 방문했지만 빈손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2004년 독일 브레멘에서 열린 세계합창대회 때는 북한 대사관이 적극 도와줘서 북한에 가 합창단을 모집하고 참가하도록 했어요. 하지만 이번엔 북한 대사관에서 ‘한국’ 얘기만 나오면 귀를 닫고 (화를 내며) 내쫓았어요. 그래서 북한 합창단을 모집하는 시도조차 못했지만 계속 초청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티치 총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러시아 합창단이 한 팀도 못오고 우크라이나에서 어렵게 한 팀만 참가한 것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2년 주기로 열려 12회째를 맞는 이번 대회 전까지 러시아는 매번 30∼50개 팀이 참가한 ‘합창 강국’이다. 

“우리 모토(지향점) 중에 ‘함께 노래하면서 모두 하나가 되자’는 게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그 나라 국민들의 잘못이 아닌데 양국 합창단이 함께 노래하는 것을 보지 못해 마음 아파요. 나라마다 전쟁(과 분쟁)을 하고 있어도 (해당 국가·지역) 사람들이 함께 모여 노래하고 가까워지도록 하는 게 우리의 사명이고 목표입니다.”

티치 총재는 전쟁 등 정치적 이유와 코로나19 여파로 예년에 비해 이번 대회에 참가한 나라가 34개밖에 안 되는 등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도 강릉 세계합창대회조직위원회가 훌륭하게 대회 준비를 하고 강릉 시민들도 적극 협조해줘 감사하다고 밝혔다. 인터쿨투르재단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협력 관계라고 한 그는 이번 대회 개최지로 강릉을 결정한 데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의 추천도 크게 작용했다고 전했다. “바흐 위원장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언급하면서 ‘아름다운 도시에서 안전하게 (올림픽을) 잘 마무리 해 좋았다’고 해서 강릉을 고려하게 됐어요. 와서 보니 정말 강릉은 좋은 선택이었습니다.(웃음)”   

티치 총재는 “한국 합창단에 대한 기대도 크다. 워낙 실력들이 좋다는 얘길 들었다”며 “이번 대회가 한국 합창단의 실력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쟁의 포화를 뚫고 한국에 온 우크라이나 보그닉 소녀합창단(Girls Choir ‘Vognyk’)은 전날 강릉에 도착하자마자 지난 4월 대형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곳을 찾아 피해 주민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노래를 건넸다. 원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폭삭 주저앉고 시커멓게 탄 건물 앞에 선 소녀 합창단원 38명은 희망의 싹이 돋는 듯한 곡 ‘봄’ 등 아름다운 하모니를 들려줬다.  

지휘자 올레나 솔로비는 “우리 역시 힘든 시기를 겪고 있기에 산불 이재민들도 얼마나 힘든 시기를 겪고 있을지 어렴풋이 짐작한다”며 “강릉 산불로 피해를 본 이재민에게 정신적 지원이라도 하고 싶다. 언제나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래를 감상하던 최양훈 강릉산불 비상대책위원장은 “원상 복구가 힘든 상황이지만, 먼 곳에서 강릉까지 와서 위로해주니 큰 힘이 된다”고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강릉=글·사진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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