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에 알려진 인권위원 혐오발언···“심각한 우려” 서한
17년간 아시아국 인권 상황을 모니터링해온 국제 비정부기구(NGO) ‘아시아 국가인권기구 감시네트워크’(ANNI)가 이충상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의 혐오발언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ANNI는 3일(현지시간) 메리 아일린 디에즈바칼소 사무국장 명의의 공개서한에서 “이 위원이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감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이를 위원회의 결정에 반영하려 시도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2006년 만들어진 ANNI는 인권위가 의장을 맡고 있는 아시아태평양국가인권기구연합(APF)과 함께 활동해온 NGO로, 아시아 지역 국가인권기구들에 대한 감시활동을 해왔다. ANNI는 이 서한을 송두환 인권위원장에게 보내고, 서한 전문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ANNI는 서한에서 “이 위원의 반성소수자 발언은 우려스럽다”며 “더 나쁜 것은, 이 위원은 자신의 발언이 혐오발언이 아니라며 성소수자 커뮤니티 비하 발언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 위원의 소수자 혐오는 앞서 HIV, 에이즈 관련 이슈에서도 드러났다. 인권위원이 헌법재판소에 별도 의견서를 내는 것은 전례가 없을 뿐더러, 의견서 내용도 HIV 감염인에 대한 편견과 혐오에 근거한 것이었다”고 했다.
이들은 이 위원의 노동 관련 발언도 “반인권적”이라고 했다. 파업 당시 철창에 스스로를 가두고 단식농성을 하던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을 만난 박진 인권위 사무총장에게 “매우 부적절하다”고 한 점, ‘업무개시명령’ 관련 조항 개정 권고 안건을 정파적인 문제로 치부한 것 등을 예로 들었다.
이 위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윤석열차’ 그림을 전시한 기관에 경고를 내린 행위에 대한 기본권 침해 진정건의 주심을 자청해 사건에 관여하고, 조사관을 내부망에서 비난해 인권위 진정을 당한 바 있다. 이에 대해 ANNI는 “2008년 정부를 비판한 인권위 직원 명단이 작성된 ‘블랙리스트 스캔들’을 떠올리게 한다”며 “국민의힘이 추천한 이 위원의 행동이 인권위의 아직 회복되지 않은 독립성을 후퇴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ANNI는 “인권위원이 직권을 이용해 반인권적 언사를 퍼뜨리는 행위에 대해 조속한 조치가 취해지길 촉구한다”면서 “이 모든 상황이 인권위의 평판을 얼마나 손상시킬 수 있는지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또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 권고에 따라 인권위원을 독립적으로 선발할 것을 권고했다.
이 위원이 국제인권회의에 인권위 대표로 참석하는 것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위원은 오는 6일 스위스 제네바 유엔 유럽본부에서 열리는 ‘한국정부에 대한 제4차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 최종 보고서 채택회의’에 인권위를 대표해 참석한다.
6개 인권단체가 모인 인권정책대응모임은 4일 성명을 내고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발언을 아무렇게나 내뱉고,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들과 노동자들에게 상처를 주고, 인권위 직원을 겁박한 인사가 어떻게 국가 인권 기구의 대표자격으로 앉아있는단 말인가”라며 “한국 인권위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GANHRI 집행이사회 대표인데, 반인권적인 행태를 저지른 이충상씨의 회의 참석 그 자체가 국가적 망신”이라고 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05211428001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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