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알'이 되어가는 '황금알' 피프티피프티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2023. 7. 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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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지난해 11월 4인조 걸그룹이 가요계에 데뷔했다. 많은 신인 그룹들이 그러하듯 데뷔 앨범의 성과는 좋다고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여타 그룹들과 달리 이들은 두 번째 앨범에서 기념비적인 성과를 거뒀다. 국내가 아닌 해외를 공략한 이들은 데뷔 134일 만에 빌보드 메인차트인 빌보드 핫100에 진입하며 피프티피프티라는 이름을 역사에 써냈다.

피프티피프티의 기록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들을 알려준 '큐피드'는 '빌보드 핫 100'에 아직도 올라와 있다. '물들어 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는 속설이 있지만 피프티피프티는 멈춰있다. 힘차게 노를 저어야 할 멤버들과 소속사가 법적 분쟁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에 배는 조금씩 침몰하고 있다. 

피프티피프티의 소속사 어트랙트는 지난달 "소속 아티스트들에게 접근하여 전속계약을 위반하도록 유인하는 외부 세력이 확인되고 있다"며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워너 뮤직 코리아에 내용 증명을 보내며 모 외주 용역업체와 워너뮤직코리아가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에 워너뮤직 코리아는 사실무근이라며 반박했다. 

어트랙트는 "워너뮤직코리아가 불순 세력은 아니다. 연관성이 있는지 입장을 표명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라며 더기버스 대표 안성일 등 3명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그러나 다음날에는 4명의 멤버가 투명하지 않은 정산, 무리한 일정 강행 등을 사유로 들며 어트랙트를 상대로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신청했다. 고소를 당한 더기버스 역시 "당사는 어떠한 개입을 한 사실이 없다"며 법적인 맞대응을 예고했다. 이후 어트랙트 전홍준 대표와 더기버스 안성일 대표와의 여론전이 계속되고 있는 모양새다. 

이번 분쟁을 접한 대중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만, 대부분의 대중들은 빌보드의 성과를 기반으로 활발히 활동해야 할 시점에서 법적인 분쟁으로 황금 같은 시간을 날리는 게 안타깝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전홍준 대표가 사비를 털어 그룹을 투자하고 자신의 억울함에 대한 증거를 적극적으로 제시하자 전 대표의 손을 들어주는 반응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또한 아직 데뷔 7개월 밖에 되지 않은 신인이 불투명한 정산을 언급했다는 사실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대중들도 있다. 피프티피프티의 노래 '큐피드'가 성공을 거둔 건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수익은 저작자에게 돌아갈 뿐, 회사에 돌아가는 수익은 적기 때문이다. 그룹을 데뷔시키는 데 들어간 투자 비용을 감안한다면 아직 정산을 논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는 것이다. 

다만, 피프티피프티는 국내 팬덤이 거의 전무하다고 볼 수 있는 신인그룹이다. 이들이 지금 같은 관심을 받을 수 있던 건 틱톡 등 SNS를 통해 해외 공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으로 국내 여론을 회복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면, 해외를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선택을 내리기에는 해외의 여론 역시 좋지 않다. 

이번 분쟁이 해외에 알려진 초기만 하더라도 멤버들을 응원하는 여론이 대부분이었다. 전속계약 분쟁은 잊을만 하면 K팝에 터지는 문제였고 소속사의 갑질, 노예 계약 등의 문제로 인해 아티스트가 승소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피프티피프티가 내세운 불투명한 정산, 무리한 일정 강행 역시 분쟁 해지를 원하는 아티스트들이 많이 내세웠던 근거였다. 그렇기 때문에 사건을 피상적으로 접한 해외 팬들은 멤버들의 승소를 응원했다.

그러나 후속 보도를 통해 추가적인 증거가 나오자 여론이 점차 뒤바뀌기 시작했다. 특히 K팝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만큼 업계의 시스템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팬들이 많아졌다는 점도 여론이 바뀌는 데 힘을 보탰다. 해외 팬덤에서도 7개월 만에 정산을 요구한다는 점이나, 신인그룹치고는 쾌적한 환경에서 데뷔했다는 사실을 접한 뒤 "이것들이 사실이라면 더 이상 응원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피프티피프티의 성공은 '중소 기획사'의 또 다른 성공 사례로 주목을 받으며 다른 회사들에게도 희망을 안겼다. 업계와 팬들은 피프티피프티가 앞으로는 나아갈 일만 남았다며 많은 기대를 보였다. 이처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보였던 피프티피프티는 어느새 국내외에서 지지를 받지 못하며 '낙동강 오리알'이 될 위기에 처해있다. 

노래만큼이나 이미지 메이킹이 중요한 K팝 업계에서 피프티피프티가 지금의 위기를 타개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물론, 피프티피프티에게 탈출구가 전혀 없다고 단언할 수도 없다. '황금알'과 '오리알' 사이에 놓인 피프티피프티는 이번 논란을 이겨내고 다시금 신화를 써 내려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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