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방산기업 ‘노스롭그루먼’ 부회장 “한국은 심각한 우주 안보 위기에 직면했다”
트로이 브래쉬어 노스롭그루먼 부회장 발표
우주 안보에서 민·군 협력 강조
“한국 주변국의 우주 위협, 다양한 협력 통해 극복해야”
중국과 러시아는 우주에서 군사 작전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크게 발전시키고 있다. 중국은 2007년 탄도미사일로 지구 상공 895㎞에 떠 있는 기상위성을 요격하는 데 성공했고, 러시아는 2011년 대위성 미사일 발사로 수만개의 우주 파편을 만들어냈다. 최근에는 우주 공간에 떠 있는 위성을 이용해 상대국의 위성을 무력화하는 기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러시아는 모두 한국과 인접한 국가다.
해외 우주안보 전문가들은 4일 서울 동작구 공군호텔에서 열린 ‘2023 열린우주포럼’에 참석해 한국이 우주 안보 역량을 시급하게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민·군 협력을 통해 우주영역인식(SDA)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행사에는 우주 물체 감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인 레오랩스, 노스롭그루먼과 미 우주군 관계자가 참석했다.
우주 안보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건 급증하는 우주물체다. 대표적으로 스페이스X, 원웹처럼 위성 인터넷 기업이 수천 개의 위성을 띄우면서 각국의 국방 자산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라즈 아그라왈 미 우주군 대령은 “미국이 2019년 우주군을 창설한 이후 작년까지 추적하는 우주물체의 숫자는 176% 증가했다”며 “미국과 동맹국의 위성에 대한 위협도 그에 따라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우주 공간에서 위성의 충돌 위협은 커지고 있다. 이날 레오랩스에 따르면 지난 5월 16일 호주 상공 지구 저궤도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위성이 28m 거리를 두고 통과했다. 당시 충돌 가능성은 약 2.5%로 우주 공간에서는 매우 높은 수준이었따.
테리 반 해런 레오랩스 호주지사 대표는 “당시 인근에 스타링크의 위성이 있었던 만큼 실제 충돌로 이어졌다면 자산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을 각국 안보기관에서 모두 감시하기는 어려운 만큼 민·군 협력을 통해 안보 자산에 대한 위협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보 분야에서 우주의 중요성을 가장 먼저 인식하고 우주군을 창설한 미국도 적극적인 민·관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미 우주군은 자체적인 관측 장비를 운용하고 있지만, 민간의 기술력도 함께 활용한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트로이 브래쉬어 노스롭그루먼 전술우주체계부 부회장은 “미군과 함께 우주 위협에 대한 대비에 필요한 감시 체계를 개발하고 있다”며 “민간의 기술력과 우주군의 감시자산을 함께 활용해 안보 위기 상황을 조기에 식별하고 피해를 막는 것이 기본 전략”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우주 공간에 있는 위성을 직접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도 민·군 협력이 필요한 이유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지상에서 미사일을 발사해 위성을 공격하거나 공격용 위성 기술을 개발하면서 위협 요인이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2015년 우주를 전쟁의 새로운 영역으로 지정하고 우주·사이버·전자전· 능력을 갖춘 전담 조직을 만들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위성을 이용해 상대국의 위성을 무력화하는 기술을 이미 확보했다는 주장도 나오면서 단순히 우주 물체를 감시하는 것만으로는 안보 위협을 막기 어려워졌다.
해런 대표는 “민간 기업은 우주 감시에 있어 전 세계에 인프라를 구축하고 인공지능(AI) 같은 최신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단순히 우주물체를 추적하고 감시하는 우주상황인식(SSA)에서 발전해 위협 수준까지 판단할 수 있는 우주영역인식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브래쉬어 부회장은 “우주상황인식을 통해서는 우주물체의 충돌을 막고 피해를 예방할 수 있지만, 다양한 위협이 존재하는 우주 안보의 관점에서는 피해 수준까지 예측할 수 있는 다양한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효과적으로 분석해야 하는 만큼 민간 기업이 구축한 인프라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우주군도 민·관 협력을 통해 급변하는 우주 안보 위협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산업계의 의견에 동의했다. 아그라왈 대령은 “미군은 우주영역인식 기술을 통해 지구 궤도 지형 데이터를 만드는 데 60년이 걸렸다”며 “현재 우주상황인식 시스템을 민간 기업과 함께 구축하고 있는데, 완료되는 시점을 크게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브래쉬어 부회장은 “특히 한국은 우주 작전 능력을 갖춘 국가와 인접해 있는 만큼 심각한 안보 위기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라며 “국제 협력과 민·군 협력을 통해 공고한 안보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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