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하반기 카드는 실거주 의무 폐지 추진·종부세 완화 연장
[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종합부동산세가 2020년 수준으로 완화된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주택의 실거주 의무는 폐지 추진된다. 다주택자와 고가 주택 소유자의 부담이 경감되는 주택시장 추가 규제 완화책이 발표됐다.
정부는 하반기 경기 개선을 위한 여러 지원책을 발표했지만 세출을 줄인다는 당초 목표 하에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기는 어려우리라는 평가다.
분양시장 추가 완화… 실거주 의무 폐지 추진
4일 정부가 발표한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보면,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 주택에 적용되는 실거주 의무 폐지를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는 분양 관련 법령을 개정하고 사전청약을 확대해 분양이 신속히 이뤄지도록 관련 시장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규제 완화가 이뤄지면 지난 4월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에 이어 신규 주택 분양 시장의 핵심 규제가 또 사라지게 된다.
분양가 상한제는 주택 분양 시 건설업체가 적정 수준 이상으로 분양가를 올리는 것을 막는 제도다. 지난 2019년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한 규제 대책으로 도입됐다. 아울러 주택시장이 정점에 달한 2021년에는 다주택자가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로 주택을 구입한 후 이를 되팔아 시세차익을 얻는 걸 규제하는 목적으로 실거주 의무가 부여됐다.
당초 정부는 주택시장 경착륙을 막는다는 목적으로 분양 시장 규제를 완화했다. 그러나 전매제한이 완화됐지만 실거주 의무는 남아 있어 국민의힘과 시장규제 완화론자들로부터는 추가 규제 완화 요구를, 야권과 주택 시장 전문가들로부터는 우려 섞인 지적을 각각 받았다.
분양 시장 규제 완화는 분양가 상승으로 결국 이어지는 모습이다. 그만큼 웃돈이 붙으면서 분양권 시장이 과열되고 있다. 분양권만 따내면 '로또'를 맞는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 상황에서 실거주 의무 폐지라는 추가 규제 완화는 이미 상승세로 돌아선 서울 등의 주택가격을 덩달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우려가 있다.
다만 실거주 의무 폐지가 실제 도입될 지는 미지수다. 이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 계류 중이기 때문이다. 야당은 이 안이 통과될 경우 갭투자 등의 투기 붐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고 무주택자와 청년 주거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지난해 수준인 60%로 유지하기로 했다. 주택 가격이 급등하기 이전인 2020년 수준으로 세 부담을 낮춰주겠다는 설명이다.
종부세 부과 대상이 최상위 주택 소유자라는 점을 고려할 때 결국 고가 주택 소유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특혜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경기 부진으로 인해 정부 세입에 차질이 빚어지는 가운데 세입을 더 낮추는 이번 대책이 결국 경기 진작 및 복지 확충을 위한 세출에도 악영향을 미치리라는 지적 역시 예상된다.
종부세 완화·임대인 세부담 완화
정부는 임대인을 대상으로 하는 세부담 완화책도 추가 발표했다. 당초 올해 말까지로 예정된 임차료 인하 임대인의 세제지원 일몰 시기를 내년 말로 한해 늘리기로 했다.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추가 대책도 마련됐다.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주택구입 및 전세자금 특례대출 소득요건이 완화된다. 정부는 종전 6000만 원(전세), 7000만 원(구입)이던 소득요건을 7500만 원(전세), 8500만 원(구입)으로 각각 완화했다.
주거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디딤돌 대출과 버팀목 대출 공급액을 23조 원 늘려 총 44조 원 규모로 확충하는 안을 정부는 밝혔다.
주택청약종합저축 소득공제 적용 납입한도를 종전 240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늘리고, 무주택 청년을 대상으로 전세금 반환보증료를 30만 원까지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
'수출전략회의' 주재·코리아 세일페스타 연장
기타 정부는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내놨다.
우선 정부는 하반기 수출 실적 확대를 독려하기 위해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출전략회의와 범부처 수출투자대책회의를 열겠다고 밝혔다. '10대 수출 유망국'을 대상으로는 무역사절단을 파견해 수출을 지원하겠다고도 전했다.
현재 3570억 원인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의 수출 중소기업 대출지원금을 5070억 원으로 증액하는 등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금융지원도 강화하기로 했다.
금융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국가전략기술·시설의 세액공제 범위를 확대하고 항만배후단지 입주업종과 임대면적 규제는 완화하기로 했다.
반도체 등 첨단전략 산업 기반이 국내로 되돌아오도록(리쇼어링) 하기 위해 리쇼어링을 결정하는 기업은 "최소 외국인투자 수준으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도 정부는 밝혔다.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일반지주사의 창업기획자 보유 허용을 추진하고 비상장 벤처기업 외부전문가를 대상으로 스톡옵션 부여 범위를 확대해 벤처기업 활성화에 나서겠다고도 정부는 전했다.
내수 활성화 대책으로 정부는 9월 중 중소기업 제품 소비촉진 행사인 동행축제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11월 '코리아 세일페스타'는 종전 15일인 행사기간을 20일로 연장해 운영하고 행사혜택을 부여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한 해외관광 수요를 국내 지역관광으로 돌리기 위해 '야간관광 특화도시'의 숙박과 연계한 KTX, SRT 할인을 제공하고 여행비수기인 11월경에는 3만 원 상당의 숙박 쿠폰 30만 장을 지원하겠다고 정부는 밝혔다.
외국인 관광객의 한국 재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일본과 대만, 중국 등의 관광객을 대상으로 약 700장의 항공권 증정 행사를 이달부터 8월까지 실시하기로 했다. 영종도 복합리조트는 올해 말경 개장 가능하도록 해 "환승객과 고급 관광객" 등의 다양한 방한수요를 유인하겠다고도 정부는 덧붙였다.
기타 다양한 대책이 나왔으나 근본적인 정부 역할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전 정부와 차별을 위해 "균형 재정"을 강조한 만큼 정부 재정정책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원론적 대책(수출전략회의 등의 개최)이 나열된 데다, 일부는 법개정이 필요한 사항이어서 실제 적용을 장담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내수진작을 위해서는 경제주체의 소비 여력이 확대돼야 하는데 가계부채 문제가 큰데다 실질급여가 줄어드는 마당이어서 '코리아 세일페스타' 주최 정도로 내수가 살아나리라 기대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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