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호선 탑승 포기 할래요”...서해선 개통으로 환승객 더 늘어난 김포공항역
‘퀀터플’ 환승역된 김포공항역
9호선 승객 더 늘어 혼잡도↑
“오늘도 미어터지면 그냥 돌아가려고요. 9호선은 숨도 못 쉴 지경입니다.”
3일 오전 8시 김포공항역에서 만난 직장인 김 모(31) 씨는 9호선 승강장에 모인 인파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김 씨는 전날부터 이곳에서 9호선 급행열차를 타기 시작했다. 전날 개통된 서해선 대곡~소사 구간을 타면 출근 시간이 15분 넘게 단축되기 때문이다. 시흥대야역에서 여의도역까지 두 차례를 환승하던 김 씨는 서해선 대곡~소사 구간을 이용할 경우 김포공항역에서 9호선으로 한 차례만 환승하면 여의도에 도착한다.
그러나 그는 이틀 만에 출근 동선을 원래대로 되돌릴 생각을 하고 있다. 출근길 9호선 인파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다. 김 씨는 “김포공항역에서 1번만 환승하면 여의도까지 갈 수 있어서 기대하고 있었는데, 막상 어제 타 보니 출근하기도 전에 기가 다 빨리는 기분이었다”며 “오늘도 9호선이 미어터지면 좀 더 걸려도 원래대로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해선 대곡~소사 구간이 개통하면서 김포공항역은 5개 노선이 만나는 국내 첫 퀸터플(quintuple) 환승역이 됐다. 서울 지하철 5·9호선, 김포골드라인, 공항철도에 서해선까지 더해진 것이다. 김포공항역을 찾는 승객이 늘어나면서 출근길 혼잡도도 높아졌다. 4일 서울시에 따르면 전날 9호선과 공항철도를 이용하기 위해 게이트를 통과한 이용객은 1만8215명으로 직전 월요일(1만4442명) 대비 26.1% 늘었다.
김포공항역 내 인파가 특히 붐비는 곳은 9호선 승강장이었다. 9호선은 직장이 밀집된 서울 강남 지역을 지나는 노선이다. 원래도 인파가 몰려 ‘지옥철’이라 불리는 노선 중 하나였다. 서해선 개통으로 환승객이 늘자 중앙보훈병원역 방향 9호선 승강장은 발 디딜 틈도 없었다. 열차 출입문마다 4줄로 선 승객들이 40명이 넘게 모여있었고, 안전 점검 요원의 이동 지시에도 승객들은 꿈쩍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9호선 내부 혼잡도도 더 높아졌다. 8시 15분쯤 김포공항역에서 신논현역으로 가는 9호선 열차 안에는 순식간에 사람들이 가득 찼다. 텅 비어있던 좌석은 문이 열린 지 30초도 되지 않아 꽉 채워졌고 좌석과 좌석 사이 공간도 30여 명의 승객이 빽빽이 서 있었다. 염창역부터는 서 있을 공간도 나지 않았다. 기존 승객들은 시야 확보가 되지 않아 휴대전화를 가방 속에 집어넣었고, 정차역마다 대기하고 있던 승객도 1~2명을 제외하곤 열차 안으로 들어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앞차와의 간격 유지를 위해 열차가 정차할 때마다 승객들은 비명을 질렀다. 제대로 중심도 잡지 못한 상태에서 열차가 멈추자, 인파가 한쪽으로 쏠리며 서로를 누르게 됐기 때문이다. 앞에 서 있는 승객의 가방끈을 덥석 잡기도 하고, 팔꿈치로 뒷사람을 누르기도 했다. 곳곳에서는 “밀지 마세요” “앞으로 좀 가세요”라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기존 9호선 이용객들은 혼잡한 상황이 걱정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평소 김포골드라인과 9호선을 이용하는 직장인 성 모(28) 씨는 “9호선도 김포골드라인처럼 된 것 같다”며 “김포골드라인에서 간신히 불편함을 참으면서 왔는데 (전날) 9호선에 사람이 또 밀어닥치니 호흡곤란이 올 것 같아 염창역에서 쉬어갔다”고 한숨을 쉬었다.
앞서 서울시는 이 같은 혼잡을 예상했다. 서해선 개통으로 출근 시간대 김포공항역 9호선 승객이 1만5069명에서 2만1227명으로 40.9%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급행열차(노량진~동작 구간) 혼잡도도 197%에서 219%로 22%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9호선 관계자는 출근 시간대 열차를 증편하고, 급행과 일반 열차 비율을 조정하는 등 혼잡도를 완화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메트로9호선 관계자는 “이달 31일부터 출근 시간대 열차를 급행열차 2회, 일반열차 2회씩 증회 운영할 계획이고, 혼잡도를 분석해 급행과 일반 열차 비율을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열차가 급행열차보다 빠른 구간(김포공항~가양역)이 있다는 점을 홍보해 급행열차 혼잡도를 낮출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열차 증편은 임시방편일 뿐 이용자 수 증가를 고려하면 1편성당 6칸으로 운행되는 차량 수를 8칸으로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실화 하려면 6칸 기준으로 건설된 기계설비와 신호 시스템 개량, 정류장 확장 공사 등이 필요해 2032년에나 준공이 가능하다. 9호선 운영사가 발주해 2017년 작성된 ‘9호선 혼잡도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8량 열차로 전면 교체하는 사업비만 2706억원이다. 전력 소모량과 인건비 등 열차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도 연간 119억원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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