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 높은 하이힐·높은 깔창…키 욕심이 부르는 무지외반증

박재관 기자 2023. 7. 4.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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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발가락 휘고 변형되는 발 질환
키 욕심내는 남자 환자도 증가추세
해운대부민병원 족부센터 권오진 과장이 최소상처수술법으로 무지외반증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해운대부민병원 제공).

(부산ㆍ경남=뉴스1) 박재관 기자 = 샌들이나 슬리퍼같이 시원한 신발을 많이 신는 여름철엔 발을 드러내는 일이 잦다. 하지만 변형된 발 모양을 가진 무지외반증 환자들은 휘어지고 변형된 발가락 때문에 발 노출을 꺼릴 수밖에 없다.

무지외반증은 여성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족부질환이다. 하이힐과 같이 높은 굽에 신의 코가 좁고, 바닥이 딱딱한 신발을 자주 신을 때 유발되는 질환이다. 특히, 굽이 높은 하이힐은 발 건강에 치명적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하이힐을 자주 신는 여성의 3명 중 1명이 무지외반증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발이나 유전적 요인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

무지외반증은 일명 ‘버선발 기형’이다. 엄지발가락이 둘째발가락 쪽으로 심하게 휘어 엄지발가락 관절이 돌출된 상태를 말한다. 발가락이 발등 쪽으로 휘거나 회전하는 삼차원적인 변형이 일어나기도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무지외반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연간 6만여 명에 달한다. 이들의 80%가 여성이다. 바꿔말하면 나머지 20%가량은 남성 환자라는 이야기다. 남성 무지외반증 환자도 늘고 있다는 통계자료다.

해운대부민병원 족부센터 권오진 과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최근 키높이 신발이나 굽 높은 깔창을 이용하는 남성이 많아지면서 무지외반증을 가진 남성 환자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무지외반증 수술 전후 비교 모습(해운대부민병원 제공)

무지외반증은 발 변형으로 보기 흉하다는 미용상의 문제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진행형 질환이라는 것이다. 무지외반증이 시작되면 자연 치유는 불가능하다. 시간이 경과할수록 증상이 심해진다.

주요 증상으로는 휘어진 발가락 안쪽 돌출 부위인 건막류가 두꺼워지고, 통증이 느껴진다. 둘째 셋째 발가락 발바닥 쪽에 굳은살이 생기고 통증을 유발한다. 심하면 둘째 발가락이 엄지 발가락과 겹쳐지거나 관절이 탈구되기도 한다. 새끼발가락 쪽에도 관절이 돌출되는 변형이 생길 수도 있다.

방치하다가 증상이 악화되면 발목과 무릎, 허리까지 스트레스를 준다. 결국은 정상 보행이 힘들어지고 무릎 관절염을 야기한다. 따라서 진행 상태와 환자 상황을 고려해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발병 초기에는 보조기 착용이나 재활치료 등 비수술적 치료로도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 그러나 증상이 어느 정도 진행된 경우에는 수술을 통한 근본 치료가 효과적이다.

과거에는 큰 절개를 통해 튀어나온 뼈를 깎는 방식으로 수술했다. 절개 부위가 커 피부 및 근육 등의 조직손상이 따랐고, 흉터가 커 부담스러운 수술이었다. 재발 가능성도 컸다. 최근에는 단순히 뼈만 깎지 않고 뼈의 정렬을 잡아주는 절골술, 골유합 등을 병행하는 수술법으로 재발률을 현저히 낮췄다.

수술한 다음 날부터 바로 걸을 수 있고 회복이 빨라 입원기간도 짧은 편이다. 특히 이 병원은 최소상처수술법(MIS)으로 수술해 흉터가 거의 없고 수술 후 만족도도 높다. 수술 방법은 변형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대부분 1시간 내의 간단한 수술로 교정이 가능하다.

권오진 과장은 “수술 결정은 변형의 심한 정도도 중요하지만 최우선은 환자의 증상”이라며 “변형이 심하지 않더라도 통증을 많이 느낀다면 방치하지 말고 전문 의료진과 상의해 진행이 더 되기 전에 수술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발은 다른 부위에 비해 뼈가 작고, 복잡한 구조로 이뤄져 수술이 까다롭다. 무지외반증을 비롯해 족부 변형, 스포츠 손상, 외상, 당뇨발 등 분야별 전문 진료가 가능한 족부 관절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전문 의료진과 충분히 상담한 후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무지외반증을 비롯한 족부질환은 크게 늘고 있다. 평소 발 건강을 지키려면 스트레칭을 자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발바닥 근육을 늘리는 스트레칭과 허벅지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꾸준히 해 발바닥으로 가는 피로를 덜어주는 것도 좋다.

권오진 과장은 “발이 편해야 몸이 건강하다는 점을 명심해서 멋보다 건강을 위해 킬힐은 너무 자주 신지 말고, 되도록 높은 깔창도 피할 것”을 조언했다.

paksun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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