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군용 레이더·차세대 반도체에 영향
중국 정부가 오는 8월부터 갈륨과 게르마늄(저마늄)의 수출을 통제키로 하면서 폭넓게 쓰이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중국은 전세계 갈륨 생산량의 94%, 게르마늄 생산량의 9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질화갈륨(GaN)은 군용 레이더, 발광다이오드(LED), 차세대 전력·통신용 반도체 등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다. 전문가들은 갈륨 생산량 1위인 중국의 수출 통제가 단기적으로는 군용 반도체 생산에, 장기적으로는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도 타격을 미칠 것으로 본다.
4일 산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수출 통제로 가장 우려되는 건 ‘질화갈륨(GaN) 웨이퍼’ 수급이다. 실리콘 웨이퍼 위에 질화갈륨을 입힌 질화갈륨 웨이퍼는 실리콘 웨이퍼 대비 고주파·고전압 반도체를 만드는 데 유리하다. F-15 같은 4.5세대 이상 전투기에 탑재되는 능동형위상배열(AESA) 레이더, 대함미사일을 격추하는 이지스 시스템의 고성능 레이더, 유도 미사일의 광학탐색기 등에 질화갈륨 웨이퍼로 만든 반도체가 사용된다. 국산 기술로 만든 4.5세대 전투기 KF-21 보라매에도 질화갈륨 기반 반도체로 만든 AESA 레이더가 장착됐다.
질화갈륨 기반 반도체는 주로 미국·유럽에서 생산된다. 미국의 울프스피드·코보·GCS·HRL랩, 유럽의 UMS, 대만의 윈 세미컨덕터 등이 대표적인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다. 국내 군수업체 상당수가 이들 해외 파운드리를 이용해 군사용 반도체를 제작한다.
국방과학연구소와 한화시스템이 만든 KF-21 보라매의 AESA 레이더는 중국산 질화갈륨이 아닌, 다른 지역의 질화갈륨을 사용하는 것으로 전해지는 등 국내 군수업체들은 반도체 제작에 중국산 질화갈륨을 쓰는 것을 지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중국의 수출 통제가 장기화할 경우, 결국 국내 군수업체들도 질화갈륨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군수업계 관계자는 “중국 수출 제한은 미국을 타깃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국 수출 제한이 장기화해 질화갈륨 웨이퍼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미국 군수업계는 물론 한국의 국방산업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질화갈륨 기반 반도체는 전기자동차용 전력 반도체, 자율주행차용 라이다 센서, 5·6세대(G) 통신용 반도체 등 차세대 반도체 부문에서도 점차 활용도를 넓히는 추세다.
아직까지 질화갈륨 기반 반도체를 제작하는 국내 기업은 없어 중국의 수출 통제가 국내 반도체 산업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통제 조치가 장기화할 경우 이들 기업의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는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포럼에서 오는 2025년 질화갈륨 기반 웨이퍼를 이용해 전력 반도체를 생산하겠다고발표했다. SK실트론(웨이퍼 업체), DB하이텍(파운드리), LX세미콘(팹리스) 등도 질화갈륨 반도체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질화갈륨이 청색 빛을 내는 발광다이오드(LED) 등에 사용된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미국 등 다른 지역에서 수입하는 등 대체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략 광물 등을 비축·관리하는 한국광해광업공단은 이날 갈륨 비축량을 확대하고 수급 차질 우려시 신속히 방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공단이 비축한 갈륨은 국내 산업계가 40일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중국이 수출을 제한한 게르마늄도 태양전지, 광섬유, 적외선 광학기, 야간 투시장치 등에 폭넓게 사용된다. 반도체 공정용 특수가스로 사수소화 게르마늄이 쓰이고, 삼성전자가 3나노 이하 파운드리 공정에 도입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구조에도 게르마늄이 들어간다. 다만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업계는 이미 대체 가스를 사용하고 있고, 수입처 다변화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관련 업계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광해광업공단 등과 함께 산업공급망 점검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주영준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은 “이번 조치의 단기간 수급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보이나, 중국의 수출통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불투명하고, 다른 품목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햇다. 이어 “반도체 등 주요 산업의 생산차질이 없도록 대체처 발굴, 비축 등과 함께 특정국 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대체물질 기술개발, 재자원화 등 대응 역량을 확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종 외에도 광섬유 등 갈륨, 게르마늄 관련 업종 및 품목의 영향도 추가로 신속히 점검하고 대응해 나갈 예정이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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