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거침없는 행보에… 분당론 솔솔
비명계, 비대위 체제 전환 요구
다음주중 이재명과 만남 조율
1년 간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치행보를 본격화하면서 다시 분당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당내 계파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낙연 전 대표와 이재명 대표가 화합을 이뤄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일각에서 벌써부터 '포스트 이재명'을 바라보는 시각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비명(비이재명)계 5선 중진인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당내 갈등을 언급하며 "유쾌한 결별도 각오해야 되지 않겠나"라며 분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진행자가 '유쾌한 결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묻자 "여러가지 형태가 있을 수 있겠다"며 "분당도 그런 형태 중의 하나일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뜻이 다른데 어떻게 같이 한 지붕에 있을 수 있겠나. 이거는 우리당만 그런 게 아니라 국민의힘도 마찬가지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가 '민주당이 국민 기대에 미흡하다'는 쓴소리를 해 친명, 비명 갈등이 더 심화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전 대표 발언 때문이 아니라, 이 대표와 주변에서 그 발언을 얼마나 받아들이고 대응하는지가 종합적으로 다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친명(친이재명)·비명 갈등이 어디까지 갈 거라고 보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예견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뜻이 같아야, 같은 방향을 보고 끝까지 공통분모를 이뤄낼 수 있어야 끝까지 갈 수 있는데 그렇지 않고 임시방편으로 그냥 갈 경우에는 분명히 균열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상민 의원 등 비명계는 사법리스크에 빠져있는 이재명 체제로는 내년 총선을 치르기 힘들다며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전 대표가 정치 행보를 재개하고, 이 대표와 회동 가능성을 두고도 계파 간 물밑 힘겨루기가 이어지자 분당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달 24일 이 전 대표가 귀국한 직후 전화로 안부를 묻고 만남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혁신을 해야 한다"며 이 대표를 작심하고 비판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다만 내주 중으로 이 대표와 회동하는 방안을 놓고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한 공중파 라디오에 나와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람이었어. 이런 만남이라는 노래도 있지 않나, 뭘 전화를 하고 밀고 당기고 할 필요가 뭐가 있나"며 "같은 당원인데 그냥 만나면 되지. 그게 그렇게 어렵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 전 대표의 발언도 겨냥해 "개인플레이보다는 팀플레이를 좀 해야 한다"며 "윤석열 검사 독재 정권에 대해 먼저 비판을 하고 원팀을 촉구하는 게 순서"라고 했다.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순서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 일각에서 포스트 이재명을 바라보는 상황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일부 의원은 당 개혁을 위해 세운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자, '포스트 이재명'을 바라보고 있다. 이재명 체제의 리더십이 한계에 직면했다는 판단이다. NY(이낙연)계는 이 전 대표를 중심으로 결집하고 있고, 다른 당내 인사들은 김동연 경기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 다른 잠룡들과 물밑에서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세균 전 총리를 향해서도 당내 다양한 계파가 접촉했다는 애기도 돈다. 지난 대선과 당 대표 선거에 나섰던 박용진 의원도 잠룡으로 꼽힌다.
물론 이 대표가 체제를 공고히 굳힐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당 지도부 측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만나 "최근 대장동 등과 관련된 각종 수사가 기존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사법리스크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며 "이 난관을 극복하면 이 대표도 더 큰 정치인으로 거듭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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