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부자들은 이미 경기침체 상황…소득 불평등 완화는 덤"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올해 정리해고의 약 3분의 1은 급여가 높은 기술기업 같은 곳에서 나오고, 감원도 고임금자를 겨냥하고 있다.
부자들의 소비 활동도 눈에 띄게 위축되고 있다.
반면 전체적인 정리 해고는 낮은 수준인 상황에서, 저임금 노동자를 고용하는 산업의 노동 수요는 여전히 많고 이는 임금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에서 나타나듯 많은 미국인 부자가 경기침체는 이미 시작된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올해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작아지고 있으나 부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덩달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촉발된 소득 불평등 완화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WSJ은 부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리치세션'(Richcession)이라는 신조어를 써가며 현 상황을 소개했다. 리치세션은 부자를 뜻하는 '리치(Rich)'와 불황을 의미하는 '리세션(Recession)'을 조합한 단어다.
일반적으로 불황기에는 예금 잔고가 부족하고 직업 안정성이 떨어지는 저소득층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부자들은 불편함이 증가하는 수준의 충격을 받지만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저임금 일자리가 풍부한 가운데 주가 급락과 고소득 일자리 중심 감원이 이뤄져 부유층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 크다는 설명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28일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이전에 발표된 잠정치 1.3%에서 0.7%포인트 올린 연율 2.0%로 확정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2분기 GDP 성장률 추정치도 상향하느라 분주하다.
그러나 잘 사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정리 해고로 더 큰 타격을 입었고, 물가 상승에 따른 임금 인상을 제대로 보장받을 수 없었으며, 지난해부터 드러나기 시작한 수익 부진의 영향을 더 받았다.
즉, 경제적 불확실성 속에서 리치세션이 여전한 것처럼 보이고, 부자들은 더 많은 고통을 느낀다는 것이다.
정리 해고의 경우 여전히 언론의 머리기사를 장식하고 있으며 아직도 고소득 노동자들에게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재취업 회사 '챌린저, 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CG&C)에 따르면 올해 기업들이 발표한 정리 해고의 약 3분의 1은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 플랫폼스와 같은 기술기업에서 나왔다. 지난해 메타 직원들의 급여 평균값은 29만6천320 달러(약 3억8천500만원)였다.
포드 자동차에서는 계획된 정리해고가 엔지니어링 직급에 집중됐듯, 기업들의 감원은 고임금 직원들을 겨냥하고 있다.
반면 전체적인 정리해고는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노동부 수치로 보면 노동 인구가 팬데믹 이전보다 많아지고 실업 수당을 받는 사람은 줄어들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연구소(BofA Institute)에 따르면 해고자 계좌에 실업 수당을 직접 입금하는 30개 주를 조사한 결과, 연간 12만5천 달러(1억6천만원) 이상을 벌던 가구 수가 지난 4월에 전년 대비 40% 증가했다.
이는 5만 달러 미만 가구 증가율의 5배 이상이다.
게다가, 조사 대상인 이들 30개 주에는 많은 기술 회사의 본거지로 정리 해고가 집중된 캘리포니아가 포함되지도 않았다.
일자리를 잃은 고임금 노동자가 새 일터를 찾아도 동일 수준의 임금을 못 받을 수 있지만, 저임금 노동자를 찾는 산업의 노동 수요는 여전히 많고 이는 임금 상승을 견인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저임금 노동자가 고임금 일자리로 전환함에 따라 팬데믹 이전 40년 동안 축적된 상위 소득자와 하위 소득자 간 임금 불평등의 4분의 1이 해소됐다는 평가도 있다.
부자들의 불황은 소비 활동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연구소는 고소득 가구가 생활에 꼭 필요하지 않은 임의 소비재(discretionary items)에 쓴 지난 4월의 신용 및 직불 카드 지출이 전년보다 적었지만, 다른 가구들은 증가한 것을 발견했다.
WSJ은 본격적인 경기 침체가 올 수도 있고 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리치세션은 여전히 전체 경제에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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