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판결금 공탁, ‘모금 운동’ 찬물 끼얹기용”…시민모임, 尹 정부 규탄
정부가 ‘제3자 변제안’을 거부하고 있는 일제 강제동원 소송 원고 4명에게 지급하려던 판결금을 법원에 공탁하기로 한 것에 대해 시민단체가 ‘꼼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가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알고도 공탁을 강행해 피해자들을 위한 ‘모금 운동’에 찬물을 끼얹으려 한다는 주장이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4일 입장문을 내고 “양금덕 할머니와 이춘식 할아버지 등 생존 피해자 2명과 다른 유족 2명은 이미 지난 3월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일본 측의 사실인정과 사과가 없는 제3자 변제안을 수용할 뜻이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며 “피해자 의사에 반한 공탁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시민모임은 민법 제469조를 근거로 들었다. 여기엔 ‘당사자 의사표시로 제3자 변제를 허용하지 않을 때는 변제할 수 없다’고 명시 돼 있다. 또 이해관계 없는 제3자는 채무자의 의사에 반해 변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3월 2018년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 등 총 15명의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일본 피고기업 대신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지급한다는 제3자 변제 해법을 발표했다.
이후 정부는 제3자 변제안을 거부하고 있는 양 할머니와 이 할아버지 등 4명의 판결금을 법원에 공탁하는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광주지법은 이날 양 할머니에 대한 공탁은 ‘불수리’했고, 이 할아버지에 관한 공탁은 ‘반려’했다. 하지만 정부는 ‘법원의 판단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이의 절차에 착수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시민모임은 “정부가 ‘공탁할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도 무리하게 공탁을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단체는 “정부의 이번 공탁 절차는 시민사회단체가 제3자 변제를 반대하고 있는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모금 운동’을 본격화하자 이를 무력화하기 위한 물타기에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민모임 등 전국 6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지난달 29일부터 정부의 변제안을 거부하고 있는 피해자와 유족을 응원하기 위해 다음달 10일까지 10억원을 목표로 시민모금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날 오후 1시 기준 모금 건수는 1401건으로 모금액은 1억 300여만원이다.
시민모임은 ‘공탁 절차를 중단하라’고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는 공탁이라는 불의한 꼼수를 부리지 말고, 피해자들에 반하는 절차 진행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와 가해 일본 피고 기업의 사실인정과 진정한 사죄만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등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회원 10여명은 이날 오후 서울청사 외교부 건물 앞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판결금 공탁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고 항의 서한을 외교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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