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국내 팹리스와 손잡고 AI반도체 키운다
반도체 설계에 필요한 정보 제공
내년 MPW 서비스도 10% 늘릴것
국내 팹리스 약해 파운드리에 불리
삼성, 시스템생태계 키우려 주력
4일 삼성전자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3’을 열고 AI 반도체 생태계를 키우기 위한 전략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우선 반도체 개발에 필요한 정보인 ‘PDK 프라임’을 새로 내놓을 계획이다. PDK란 파운드리 기업이 팹리스 기업에 주는 제조 공정 정보를 말한다. 팹리스는 PDK를 활용해 삼성전자 파운드리 제조공정과 장비에 맞게 반도체를 설계할 수 있다. 이번 PDK프라임에는 기존 것보다 제품 설계 시간을 줄이고 설계 정확도를 줄여주는 정보들이 다수 포함됐다.
삼성전자는 우선 올해 하반기부터 PDK 프라임을 2·3나노미터(nm·1㎚는 10억분의 1m) 공정 팹리스 고객에 제공한다. 이후 8인치와 12인치 레거시 공정으로 정보 제공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팹리스와의 협업방안을 내놓은 이유는 파운드리 사업이 성장하려면 팹리스가 탄탄하게 받쳐줘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팹리스 등 시스템 반도체 저변은 취약한 게 현실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한국의 시스템 반도체 점유율은 3% 불과하다. 그나마 팹리스 점유율은 1% 남짓이다.
전 세계 팹리스 상위 10위권 기업 중 6곳이 미국 회사이고, 4곳은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 TSMC가 있는 대만 회사다. 크고 작은 대만의 팹리스 업체들과 TSMC가 서로를 끌어주며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실제 TSMC는 애플과 AMD 등 글로벌 기업부터 대만의 스타트업까지 고객사를 두루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고객은 자사 시스템LSI사업부와 퀄컴, 엔비디아 등 3사가 약 9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만큼 국내엔 삼성전자 파운드리 잠재고객이자 삼성전자와 함께 성장할 고객층이 적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러한 현실을 깨달은 삼성전자는 최근 들어 국내 팹리스와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선 여러 팹리스가 참석해 삼성전자와의 협업 사례를 발표했다.
국내 최대 팹리스인 LX세미콘은 삼성전자와 8인치를 비롯해 12인치까지 파운드리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AI 팹리스 기업인 리벨리온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5나노 공정이 적용된 AI 반도체 ‘아톰’을 올해 상용화했다. 딥엑스 역시 고성능 저전력 AI 반도체 4종을 삼성전자 파운드리 5나노와 14나노, 28나노 공정을 이용해 개발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국내 시스템 반도체 연구개발 생태계를 키우려는 방안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AI·고성능컴퓨팅 등에 활용할 첨단 4나노 공정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 서비스를 내년에 더욱 확대한다. MPW란 반도체 웨이퍼는 물론이고 반도체 공장(팹)이 없는 팹리스를 위해 설계한 반도체를 시제품으로 만들어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다. 삼성전자는 올해 4나노 MPW를 세 차례 지원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전체 MPW 서비스 횟수를 올해보다 10% 이상 늘리는 게 목표다.
삼성전자는 국내외 대학과의 연구개발 협력도 강화한다. 올해 하반기부터 2026년까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MPW 서비스를 총 15회 무상으로 제공한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삼성전자는 고성능 AI 반도체에 특화한 최첨단 공정과 차별화된 전문 공정, 글로벌 설계자산(IP) 파트너사와의 긴밀하고 선제적인 협력을 통해 AI 시대 패러다임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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