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제로 설탕이 발암 물질 된다고? 그래도 퇴출 안 당할 이유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2023. 7. 4.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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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30일 로이터 통신은 '세계보건기구가 제로 설탕 아스파탐을 발암 물질로 지정할 것'이라는 단독 기사를 보도했다. 익명의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 위원을 취재했고, 오는 7월 14일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얼마나 먹어야 해로운지, 암 위험은 얼마나 높아지는지, 어떤 연구를 근거로 했는지 핵심 내용들은 기사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팩트임을 직감했다. 사실이 아니라면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나 국제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가 반론 자료를 발표했을 것이다. 핵심 내용은 빠져 있지만 제목이 엄청난 외신 기사를 받아 새롭게 취재를 시작해야 했다. 단서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미국 국립보건연구원은 식품 첨가물에 대한 주요 연구 결과를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기 때문이다. 미국 국립보건연구원 문서에 언급된 논문을 파고들어 갔다.

세계보건기구는 왜 논문 한 편에 반응했을까?


해당 논문은 전반적인 제로 설탕이 암 위험도를 15% 높이고, 개별로는 아스파탐이 15%, 아세설팜 K가 13%, 그리고 아스파탐은 유방암 위험을 22% 높이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식품 첨가물이 발암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들은 적지 않았다. 그런 개별 논문들에 세계보건기구는 반응하지 않아 왔다. 그런데 왜 이번 논문 한 편에는 세계적 논란을 감수하면서 반응하는 것일까?

이 연구는 기존 단면 연구와 달리 코호트 연구이기 때문이다. 단면 연구는 어떤 시점만 들여다본다. 예를 들어 오늘 기준으로 암환자 5만 명과 암이 없는 대조군 5만 명에 대해 제로 탄산음료 먹은 양을 조사한다. 신체조건, 나이, 질병 상태 등을 보정하고 계산했더니 암환자가 대조군에 비해 제로 탄산음료를 하루 1캔 더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다면 제로 탄산음료가 암 위험을 높이는 것과 관련 있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 '관련 있다'고 에둘러 말하는 것은 암을 진단받은 후에 건강을 챙기려고 제로 탄산음료를 마신 경우를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면 연구는 관련성은 볼 수 있지만 인과성은 볼 수 없다. 하지만 코호트 연구는 다르다. 오늘 기준으로 암이 없는 게 확인된 10만 명을 모집했다. 이들을 제로 탄산음료 먹는 양에 따라 6그룹으로 나눴다. 안 마시면 1그룹, 6캔 이상 마시면 6그룹이다. 그리고 8년을 추적해, 10만 명 중 어떤 그룹에서 얼마나 암을 새롭게 진단받았는지 조사해 신체조건, 나이, 질병 상태 등을 보정했다.

이렇게 했을 때 제로 탄산 음료수를 마신 그룹에서 암 환자가 더 많았다면, 제로 탄산 음료수가 암 위험성을 높인다고 말할 수 있다. 애당초 암이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암을 진단받은 후 제로 탄산음료를 마신 경우를 배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암에 걸리지 않은 프랑스 사람 10만 2천865명을 평균 7.7년 동안 추적해 경과를 비교한 제로 설탕에 대한 첫 번째 코호트 연구였다. 2009년부터 2021년까지 12년 동안 진행됐다. 게다가 발암 물질을 지정하는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연구팀에 포함됐다. 세계보건기구가 직접 7.7년 동안 공을 들인 대규모 코호트 연구를 세계보건기구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오히려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이것이 단 한 편의 논문에 세계보건기구가 반응한 이유이다.

일일 허용치 이하로 마시면 괜찮다고?


제로 설탕 음료를 마신 사람 중 3,358명이 새롭게 암을 진단받았는데 비만과 관련된 암이 2,023명으로 가장 많았고, 유방암 982명, 전립선암 403명이었다. 미국 국립보건 연구원은 제로 설탕이 직접 암을 발생시키기보단 비만을 유도해 암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런데 일부 언론은 일일 허용치 이하로 먹으면 문제없다며, 제로 콜라 기준 하루 30캔 이하로 마시면 괜찮다고 보도했다. 해로운 물질이라도 일일 허용량(ADI, acceptable daily intake) 보다 적게 먹으면 괜찮다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그렇지 않다. 제로 설탕은 설탕보다 단맛이 200배에서 600배까지 강해 미량만 쓰기 때문에 일일 허용치를 넘게 먹기 어렵다.

이번 연구 참가자 10만 2천865명 중 일일허용량보다 넘게 마신 사람은 5명뿐이었다. 게다가 아스파탐과 아세설팜 K를 먹은 후 암이 새로 생긴 사람은 전원 일일 허용량 이하로 먹었다. 가장 충격적인 팩트라서 논문에도 강조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로이터 단독 보도에도 기술돼 있다. 일부 업체들이 발암이 확정될 경우 아예 다른 물질로 대체하겠다고 한 이유이기도 하다.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김은영 교수는 "해당 연구가 개인의 지방의 섭취량과 질환 등에 대해 보정을 해서 얻은 결과이기 때문에, 발암 위험성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식약처 판단이 우리 기준이 될 텐데, 식약처는 7월 14일 예정된 국제암연구소의 공식 발표를 받아서 미국과 유럽 등 국제 사회와 공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설탕으로 되돌아갈 것인가?



막걸리 속 제로 설탕을 걱정하는 건 사실 앞뒤가 안 맞는 얘기이다. 막걸리의 아스파탐과 아세설팜 K의 함유 비율은 각각 0.0075%이다. 그런데 1급 발암물질인 알코올이 6-8%로 대략 900배 넘게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로 탄산음료는 경우가 좀 다르다. 알코올 같은 발암 물질이 없기 때문이다. 아스파탐이 있는 제로 탄산음료는 새롭게 유방암 위험을 22%까지 높일 수 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dongchar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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