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서 ‘달리다가 멈춰서는 현대차·기아 전기차’···12V 배터리 탓?
아이오닉 5, EV6 등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전기차가 주행 중 ‘펑’ 소리가 난 뒤 서서히 멈춰섰다는 민원 사례가 국내외에서 불거지고 있다. 배터리가 충분히 남은 상태인데도 주행 중 동력이 감소하거나 전원이 끊겨 운전자들이 당황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까지는 주배터리가 아닌 12V 저전압 배터리 문제인 ‘LDC 이슈’로 추정된다. LDC는 고전압 배터리 전압을 저전압으로 변환해서 자동차의 전장(전기·전자장비)에 전원을 공급하는 장치다.
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국토교통부 자동차리콜센터에 최근까지 접수된 현대차·기아 전기차의 주행 중 동력 문제 민원은 34건이다. 현대차 아이오닉 5, 기아 EV6, 제네시스 GV60·GV70 등 총 현대차그룹 4개 차종이다. GV70을 제외하고는 모두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적용한 전기차다.
앞서 미국에서도 지난달 18일 기준 미국 연방교통부 산하 도로교통안전국에도 비슷한 소비자 민원이 30여건 접수됐다. 2022년형 아이오닉 5 차량에서 동력 상실이 발생했다는 내용이다.
민원을 토대로 본 증상은 주행 중에 ‘펑’하는 소음이 나고 대시보드에 경고 메시지가 뜬 뒤 차량의 동력이 상실되거나 일부 감소하는 사례다. 다만 즉각적으로 차가 멈추는 증상은 아니고, 경고가 나온 뒤 20~30분 정도 주행 후에 완전히 멈추는 현상을 보인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 한국 국토교통부, 현대차그룹은 원인을 파악 중이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의 차량결함조사국과 현대차그룹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현재까지 추정되는 문제는 LDC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
차량 전장으로 고전압 배터리를 전환해서 연결해주는 장치에 문제가 생기면서 동력을 상실했다. 차량결함조사국은 하이브리드 차량 배터리와 저전압 12V 배터리 모두에 전원을 공급하는 통합제어충전장치(ICCU)와 관련 있다는 것을 현대차 측의 설명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ICCU 내 과전류로 LDC가 손상됐고, 최종적으로 12V 배터리 재충전이 안 되면서 동력 상실이란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전기차 바닥에 탑재된 주배터리 문제는 아니라는 의미다.
LDC 문제가 발생해도 주행이 약 30분 정도 가능한 건 현대차그룹이 저전압 배터리 방전 상황을 대비해뒀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저전압 배터리가 방전되면 약 30분간 주행이 가능하고, 남은 주행 시간 동안 5단계에 걸쳐 경고등, 경고음을 점등해 운전자들이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더 정확한 원인에 대해선 조사가 진행 중이다. 차량결함조사국은 예비 평가에 들어갔고, 국토부도 조사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관련 사안을 파악해 적절한 조치를 준비 중에 있으며 빠른 시일 내에 시행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함은 전기차가 주행 중 즉각적으로 멈추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국가에선 치명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한국 도심에선 20~30분 주행을 하면 차를 둘 수 있는 장소를 찾을 수 있지만, 미국처럼 큰 나라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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