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K] “韓 우주경쟁력, 인력에 달렸다...다양성 수용해야”

지질연 토론회에서 우주 분야 한국인 여성 석학들 조언

4일 열린 '우주지원 탐사·개발 네트워크 포럼'의 토론회에 참석한 여성 과학자들. 왼쪽부터 김영기 미국 시카고대 물리학과 교수, 김경자 지질연 우주자원개발센터장, 서은숙 미국 메릴랜드대 물리학과 교수./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질연, KIGAM)

전 세계 우주 연구를 이끄는 한국인 여성 과학자들이 한국의 우주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외국인 연구자를 수용하고 국제 협력을 추진해 인력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질연, KIGAM)은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 서울 3층에서 우주 연구에서 세계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한국인 여성 과학자들과 우주 자원 활용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토론회는 우주자원 탐사·개발 네트워크 포럼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토론회는 김경자 지질연 우주자원개발센터장이 사회를 맡아 서은숙 미국 메릴랜드대 물리학과 교수, 김영기 미국 시카고대 물리학과 교수와 질의응답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서은숙 교수는 연구의 원동력에 대해 “우주를 동경하는 마음”이라며 “대부분 교육 과정에서 잊기 마련이지만 늘 이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서은숙 교수는 우주에서 쏟아지는 고에너지 입자와 방사선인 ‘우주선(宇宙線)’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인 성과를 낸 연구자이다. 고에너지의 우주선은 우주 시설이나 장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우주개발에서도 필수적인 연구 분야로 꼽힌다.

서 교수는 “집을 옮기면 주변 동네를 파악하면서 살아가듯, 우리가 사는 우주를 모르고는 살 수 없다”며 “지구가 혜성 충돌과 같은 재앙으로 파괴될 위험이 있어 대체 공간을 찾으려면 탐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은 경제적 능력이 있고 우주 7대 강국에 들어선 만큼 우주 자원의 개발도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은 4일 '우주지원 탐사·개발 네트워크 포럼'을 열었다./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

김영기 교수는 “(우주 탐험은) 인간의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만물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우리가 왜 여기 있는지, 우주가 어떻게 시작했고 어떻게 바뀌어 나갈지 답을 찾기 위해 우주를 연구한다”고 설명했다.

김영기 교수는 가속기로 입자를 충돌시켜 물질의 근본 원리를 밝히는 연구를 하고 있다. 미국 과학 잡지 ‘디스커버’가 지난 2000년 ‘향후 20년간 세계 과학 발전을 주도할 과학자 20명’ 중 한 사람으로 꼽은 인물이다. 당시 ‘충돌의 여왕’이란 별명을 얻었다.

두 교수는 모두 한국이 우주 개발의 선두에 서기 위해서는 연구 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영기 교수는 “한국은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가 빠르지만 현재 출생률이나 교육 방법을 보면 인력에 대한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의 개념을 넓힐 때”라며 “한국에 정착할 수 있는 외국인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포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서은숙 교수 역시 한국이 우주 탐사에 성공하려면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장점이자 단점이 획일성”이라며 “다양성을 허용할 때 ‘대박’이 나는 만큼, 기회를 주고 다른 문화를 수용하는 사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일할 사람과 자금, 그리고 조직 구성이 중요하다”며 “세 가지 요인이 갖춰진다면 전 세계의 우주 개발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제 협력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석학들은 지적했다. 김영기 교수는 “과학이나 기술 분야는 생태계가 매우 중요하다”며 “당장 주목받는 분야를 쫓아가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태계를 이뤄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각국이 기술을 주고받으며 국제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은숙 교수는 도전적인 연구에 대한 정부 지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미국이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를 지원했듯,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새로운 일에 대한 정부 지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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