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세입자에 10억 내줘야 하는데…강남부자 살던 전셋집마저 내놨다 [부동산360]

2023. 7. 4.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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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여력有 집주인 많은 강남도 보증금 반환 어려움
중개업소 “퇴거대출 안 되면 사업자대출로 자금 마련”
지난해 금리인상, 입주물량 쏟아져 2년 전과 격차 커
다만 고소득자·현금부자 많아 미반환 우려 상대적으로 ↓
정부,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에 임대인 대출규제 완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아파트 일대. 이준태 수습기자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이준태 수습기자] “요즘은 전세 만기 다가오는 집주인들이 다 힘들어하죠. 돈이 있는 분들은 어떻게든 목돈을 끌어모아서 돌려줄 보증금을 마련해보려 하고, 안 되면 대출을 받는데 그것마저도 정 어려우면 본인이 세 들어 사는 집도 내놓고 빨리 정리되는 대로 보증금 문제를 해결하려는 집주인도 봤어요.”(서울 강남구 대치동 공인중개업소 대표 A씨)

“보증금이 2년 전보다 떨어져, 나가려는 세입자들이 힘든 상황이에요. 전에 24억원이던 보증금이 지금 14억원이라면 집주인이 10억원을 내줘야 하는 건데 퇴거자금대출을 받아서라도 돈을 마련하고, 안 되면 사업자대출을 받아서라도 돈을 내어주곤 합니다.”(서초구 반포동 공인중개업소 B씨)

타 지역에 비해 비교적 자금 여력을 갖춘 임대인들이 다수인 강남권 일대에서도 2년 전과 현재 전셋값의 차이가 커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곳곳에서 포착되는 양상이다. 최근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회복하는 추세라고 하지만 여전히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가격 인식 간극이 커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기도 어렵다는 전언이다.

지난 3일 찾은 서울 강남 대치·서초 반포 일대 공인중개사들은 계약 만기가 다가오는 집주인과 세입자 간 보증금 반환 문제를 놓고 갈등을 겪는 사례가 종종 있다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B씨는 “(지금은) 집주인과 세입자 간 논쟁이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다. 일단 보증금 가격이 떨어지니까 돈을 내주기 쉽지 않아진 것”이라며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기 위해서 일례로 전용면적 102㎡ 전세 매물을 전용 84㎡ 가격에 내놓고, 대출은 본인이 감내하는 식으로 해결한다”고 말했다.

A씨 또한 “래미안대치팰리스 같은 아파트도 요즘 전셋값이 조금 반등했다고는 하지만 그 가격대로 올려 놓으면 잘 안 나간다”며 “집주인들이 새 세입자를 구하기 위해 수리를 해놓거나 올려 놓은 금액보다 1억원 이상 빼주는 식으로 계약을 진행한다. 엊그저께도 14억원에 전세를 내놓은 집주인이 결국 13억원으로 떨어뜨려 신규 세입자를 겨우 구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서초구 아파트 일대 모습. 이준태 수습기자

부동산 호황기이던 2년 전 전셋값이 크게 올랐던 강남 일대 아파트들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금리인상 여파, 올해 초 강남구 개포자이프레지던스(3375가구) 입주, 오는 8월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2990가구) 입주 등 신축 아파트물량이 쏟아지면서 전셋값 하락세가 더욱 가팔랐다. 이에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더라도 기존 세입자에 돌려줘야 할 보증금 차액이 커진 것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132㎡는 지난달 중순 21억원에 신규 전세계약이 체결됐는데 2021년 하반기에 기록한 같은 면적 전세 최고가 32억원에 비하면 10억원 이상 하락했다.

반포동 중개업소 대표 C씨는 “래미안퍼스티지 같은 경우 이전에 전세가율이 60~70%였지만 지금은 40%수준까지 떨어졌다”며 “전셋값이 매매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 D씨는 “새로 입주할 원베일리 전셋값이 현재 워낙 싸니까 주변 단지들도 싼 시세대로 맞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입주기간이 지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지금보다 비싼 가격에 세를 주려는 임대인도 있다”고 했다.

다만 강남지역 아파트 소유주 중 고소득자 및 자금 여력이 충분한 현금부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보증금 반환 문제 우려가 다른 지역 대비 크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반포동 중개업소 대표 E씨는 “강남3구 임대인들은 50~60%가 고소득자이고 현금보유량이 많은 사람들이 20% 정도 된다”며 “(전셋값 하락으로 인해) 임대인들의 가용자산이 줄어들 뿐이지, 전세금을 반환해도 새로운 세입자를 받으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역전세로 인한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이날 발표한 ‘2023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전세보증금 반환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달 말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임대사업자는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을 기존 1.25배 이상(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1.5배 이상)에서 1배로 하향하고, 개인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가 아닌 특례보금자리론 반환대출 수준인 총부채상환비율(DTI) 60%를 적용한다. 모든 금융권의 대출원리금 상환액과 연소득을 따지는 DSR 대신 주택대출원리금 상환액과 기타 대출이자 상환액을 따지는 DTI로 적용되는 만큼 보증금반환대출 문턱이 낮아질 전망이다.

전문가 사이에선 이 같은 대출 규제 완화와 관련해 집주인에게 선순위 대출이 생겨 후속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세금 반환 목적에 있어 선순위 대출이 잡히는 건 그다음 세입자의 문제이긴 하지만 후속 대책이 이어져야 할 것 같다”며 “적절한 보증 조치가 필요하고, 이 제도를 믿고 추가적인 주택 매수를 하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도록 금액 한도를 제한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hwshi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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