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글로벌픽] 무소불위의 권력을 얻게 된 백전백승 대통령

양민지 부산외대 지중해지역원 HK교수 2023. 7. 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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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외대-국제신문 공동기획
글로벌 핫이슈의 맥을 보다<9>

지난 5월 28일 튀르키예 대통령 결선투표는 올 한해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거이자 향후 튀르키예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52.14% vs 47.86%. 상대 후보인 공화인민당(CHP) 대표 클르츠다르오울루보다 200만 표를 더 얻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현 대통령의 승리가 확정되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달 3일 3선 취임식에서 “아나톨리아 반도를 지켜온 이 땅의 흐름을 이제 그 무엇도 바꿀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 확실시되었습니다. 튀르키예는 어제보다 더 강합니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이제껏 그 어떤 시기보다도 강합니다. 5월 28일 이전보다 우리의 미래는 더 밝습니다. 선거에서 민주주의에 입각해 지지해준 모든 국민께 감사드립니다. 두 번의 선거에서 조국에 대한 책임을 성실히 이행한 해외동포에게도 감사를 표합니다”며 ”앞으로 튀르키예의 발전과 강화에 희망을 걸어온 모든 사람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만남을 온 목숨을 다해 지킬 것입니다”고 강조했다.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국회의사당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에르도안 대통령은 선거운동을 하며 줄곧 “하나의 나라, 하나의 깃발, 하나의 모국”이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민족주의적 성향의 국민에게 호소했다. 그러나 에르도안의 민족주의적 메시지가 모든 사람에게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튀르키예의 불확실성 속에 그의 경쟁자인 케말 클르츠다르오울루 후보 또한 50%에 육박하는 지지를 얻었다. 두 후보 간 약 4%의 차이가 있었지만, 이 차이를 통해 집권당과 야당 진영의 극명한 대립을 더욱 확실하게 만들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끄는 정의개발당(AKP)은 집권 이후 친러시아 행보를 고수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및 서방의 우려를 낳았다. 또한, 아제르바이잔 시리아 리비아 분쟁 등에도 적극적으로 군사 개입을 하며 국제사회 무대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에 반해 클르츠다로울루 후보는 친서방적인 성향의 인물로 국외문제에 있어 군사적 개입을 줄이겠다고 약속하고 케말리즘 실현을 적극적으로 강조했다.

선거 결과 지속적인 경제 위기와 팬데믹, 재앙적 수준의 지진의 충격에도 대다수의 유권자들은 여전히 에르도안을 지지했다. 민주주의의 퇴보, 이슬람 보수주의로의 회귀라는 서구 언론의 비판에도 에르도안 대통령은 튀르키예의 ‘가장 강력한 리더이며 민중에게 호소하는 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대체불가 정치인’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선거 이전부터 박빙의 승부가 될 것으로 예측되었으며, 한편에서는 현 튀르키예의 경제적 발전과 정치적 안정을 기대하며 야권 후보의 승리를 예측하기도 했다. 그러나, 에르도안은 ‘새로운 튀르키예의 세기’를 약속했고, 그의 지지자들은 에르도안이 튀르키예를 더욱 발전시키고 강화할 것이라고 믿었다.

에르도안은 국민에게 지금보다 더 나은 삶, 더 강력한 민족주의, 더욱 확고한 이슬람적 신념을 향한 동경을 누구보다 전략적으로 잘 이끌어내는 지도자다. 그는 2003년 총리로 실권을 잡은 이후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장기 집권을 위한 여러 제도적 변화들을 추진했다. 그는 2014년 직선제로 대통령이 되었으며, 이후 2017년에는 헌법을 개정해 의회제에서 대통령제로 통치 체제를 전환했다. 대통령 임기는 5년이며, 임기 중 조기 대선을 실시하여 당선되면 추가로 5년의 임기가 보장된다. 이로 인해 그는 최장 2033년까지 집권을 연장할 수 있게 되었다. 그가 현재 69세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종신 집권을 가능하게 하는 조치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선거에서 당선이 유력해지자 “이번 선거의 결과는 아무도 튀르키예의 국익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사실을 더욱 확실히 보여준다”며 자신의 승리가 곧 튀르키예의 국익 신장을 담보한다는 것을 재차 강조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994년 이스탄불 시장에 당선된 후 약 30년의 정치경력 동안 단 한 번도 선거에서 패배하지 않은 사실상 튀르키예 정치 역사상 최초이자 세계 정치 역사상 최초의 정치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즉, 에르도안 대통령은 수십 년간 ‘선거’라는 가장 강력한 경험을 축적해온 정치인이라 할 수 있다. 에르도안의 이번 재선 승리는 튀르키예와 서방 국가와의 관계를 어렵게 만들 것으로 예상한다. 그의 이슬람화·권위주의화 정책은 유럽 연합과의 관계 진전뿐만이 아니라 미국과의 관계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하지만, 에르도안은 이런 비판에도 그가 제시한 ‘새로운 튀르키예 세기’를 실현하기 위한 행보를 지속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기존 태도를 고수하며 더 넓은 지역으로 영향력 증대를 위한 방법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그의 강력한 지도력과 국제 사회에 대한 도전적인 태도는 그가 중동 지역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의 보수적이며 이슬람화된 세계관은 극적으로 변화하는 지역 정치에서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튀르키예는 유럽 및 미국과의 관계 회복을 비롯하여 러시아와는 시리아 리비아에서의 복잡한 군사적인 이해관계를 지니고 있으며, 중국과는 무역 및 투자 관계강화라는 국정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런 지정학적인 문제들 사이에서의 튀르키예의 균형 잡기는 현 정부가 공화국 건국 100주년을 맞은 올해 가장 커다란 도전이 될 것이다. 특히 유럽연합과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에르도안이 중동 러시아 아시아 국가들과 더 밀접한 관계를 구축해 나가려는 의도가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에르도안의 이번 승리로 튀르키예의 미래는 불투명해졌으나 에르도안의 위치는 더욱 견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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