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1위 제약사가 다품종 생산 의뢰…CDMO 1위 굳히는 ‘삼바’
먼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의약품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판단해 선제적 투자로 생산능력을 미리 확보했다. 2011년 1공장(3만L)을 시작으로 2013년 2공장(15만4000L), 2015년 3공장(18만L)을 증설한 것이 대표적이다. 2020년에는 단일공장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인 4공장(24만L)을 짓기 시작해 지난달 완전가동에 돌입했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총 생산능력은 60만4000L에 달다.
공정 혁신을 꾀한 것도 화이자와의 파트너십을 공고히 다지는 데 주효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MO(위탁생산) 작업에 소요되는 기술이전 기간을 업계 평균의 절반 수준으로 단축했다. 기술이전 기간이란 일종의 ‘비법 전수’에 투입되는 시간으로, 고객사가 맡긴 A라는 의약품을 당초 설계대로 생산해내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여러가지 공정을 A의 맞춤용으로 조정하는 기간을 뜻한다.
통상 CMO 기업이 6개월에 걸쳐 세팅하는 기간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개월로 줄였다. 그만큼 본 생산에 돌입하는 일정도 앞당길 수 있다는 점에서 고객사의 만족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설립 직후부터 기술이전 전문팀을 구성하고 축적된 데이터를 실시간 관리하는 등 공정 최적화 작업에 주력했다”며 “그 결과 고객사가 긴급 물량을 요청할 때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됐다”고 말했다.
배치성공률이 업계 평균보다 높은은 98% 수준이라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배치란 바이오의약품을 1회분 생산하는 단위를 말한다. 배치성공률이 98%라는 것은 100배치 중 불량이 2배치에 불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 업계에선 90~95%의 배치율을 우수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바이오의약품은 살아있는 세포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아주 작은 변수만 생겨도 폐기해야 한다”며 “버리는 물량을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 중 하나”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화이자가 단일이 아닌 다품종 바이오시밀러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맡겼다는 점에서 아시아 생산거점으로 우리나라 위상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바이오시밀러(8개)를 보유한 화이자는 그중 4종 이상을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통해 생산할 계획이다.
이달 휴미라를 시작으로 다양한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 만료가 예정돼있는 만큼, 바이오시밀러 전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화이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 간 파트너십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통상 투자의향서(LOI)에서 본계약까지 1년 정도 걸리는데 이번에 화이자와는 이례적으로 LOI 논의 후 한 달만에 본계약을 체결했다”며 “고객사로부터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설립 중인 5공장(18만ℓ)도 가동 시기를 2025년 9월에서 4월로 앞당겨 시장 선점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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