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드러난 부산 영아 암매장…부모 처벌 어떻게 되나(종합)

시체유기 공소시효 7년 지나…아동학대치사 혐의 입증해야 처벌
전문가 "부모 말에만 의존 말고 시신 찾아 진술 모순점 밝혀야"

경찰 로고 [연합뉴스 자료사진]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차근호 기자 = 출산 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이른바 '유령 영아'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부산에서도 숨진 아동을 야산에 암매장했다는 부모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에 나섰지만, 사체유기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지나 수사에 난항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4일 경찰에 따르면 부산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는 출생 미신고 출생아 관련 수사 의뢰를 기장군으로부터 받아 친모 40대 A씨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A씨는 "2015년 2월 부산의 한 산부인과에서 출산한 영아 B양이 생후 8일 만에 주거지에서 사망하자 집 주변인 부산 기장군 한 야산에 묻었다"고 기장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사건 당시 남편과 생활하지 않았고, 집안일을 하던 사이 B양이 죽어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장군은 '유령 영아' 전수조사 과정에서 지난달 말 A씨 자택을 방문해 이런 진술을 확보하고 추가 사항을 조사한 뒤 이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A씨의 진술 조사를 거쳐 유기 의심되는 장소를 수색할 예정이다.

다만 시체유기에 대한 공소시효는 이미 지나 수사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A씨 진술에 따르면 A씨가 B양을 유기한 지 8년 4개월이 지나 형법상 사체유기죄의 공소시효 7년을 넘겼다.

따라서 경찰이 A씨 진술만으로 긴급체포 등 강제수사가 어려울 수 있다.

실제 과천시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은 경기 과천경찰서는 시체유기 혐의로 50대 여성 A씨를 지난달 30일 오후 10시께 긴급체포했지만, 공소시효 만료 가능성이 있다며 검찰이 체포 불승인을 했고 곧바로 A씨는 석방됐다.

경찰은 이에 따라 아동학대처벌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죄나, 살해죄 등과 관련해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아동학대처벌특례법상의 죄는 피해 아동이 성년이 된 날부터 공소시효가 진행되기 때문에, 숨진 아동이 살아있다면 아직 성년이 되지 않았을 나이여서 공소시효가 넉넉하게 남아있다.

경찰은 "생후 7~8일 만에 영아가 사망에 이르렀다면 그사이 어떤 조치가 취해져야 하는 게 상식적인 부분인데 그런 부분이 이뤄졌는지 확인할 예정"이라며 "친모가 진술한 내용만으로 명확하게 혐의가 드러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에 초점을 두고 수사를 진행하며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사 과정에서 영아 시신이 발견되면 살인 혐의 등에 대한 직접 수사도 가능하다.

A씨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진술을 번복할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경남 거제에서 생후 5일 된 아이가 숨져 시신을 유기했다고 밝혔던 사실혼 관계 부부도 결국 아기를 살해했다고 자백한 바 있다.

살인죄는 2015년 공소시효가 폐지돼 혐의가 확인되면 강제수사 등이 가능하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부모가 어린 자녀를 살해한다는 것은 인륜에 어긋나고 비난이 크다는 점에서 부모가 죄책감 덜 수 있는 방향으로 진술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시신을 찾고 진술 모순점을 밝혀내는 게 중요한 수사 과정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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