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가지 관악기 품은 파이프 오르간의 세계로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3. 7. 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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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라, 4년만에 ‘오르간 오딧세이’
26일 파가니니 변주곡 등 연주
“무궁무진한 매력 지닌 악기”

천정으로 쭉쭉 뻗은 5000여개 파이프는 소리 없이도 공간을 압도한다. 무대 위에 놓인 파이프 오르간 콘솔은 설핏 피아노와 닮았지만 4단의 건반과 발건반, 수십개의 스탑(음색을 결정하는 버튼)으로 구성된 꽤나 복잡한 장치다. 연주자가 콘솔에 앉아 손과 발을 움직이기 시작하면, 오케스트라에 맞먹는 풍성하고 쩌렁쩌렁한 소리까지 완전히 관객을 사로잡는다.

국내 콘서트홀 최초로 설치된 파이프 오르간을 활용한 공연 ‘오르간 오딧세이’가 2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스탑 68개, 즉 68가지 악기 소리를 구현할 수 있는 대형 오르간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오르간 연주는 물론, 해설자가 생중계 카메라와 함께 악기 내부로 들어가 바람이 파이프를 통과하며 소리를 내는 구조와 원리를 설명해준다.

특히 올해 공연엔 초연 때 활약한 연주자 유아라가 복귀한다. 또 테너 김세일이 해설자로 함께 한다. 김세일은 오르간 연주에 맞춰 프랭크 시내트라의 ‘마이 웨이’ 등 가창 무대도 선보일 예정이다.

공연에 앞서 6일 만난 유아라는 오르간의 매력으로 ‘소리의 다양성’을 꼽았다. 어린 시절 피아니스트를 꿈꿨던 그는 어머니의 권유로 교회 반주를 하기 위해 오르간을 배웠고, 자연스럽게 그 매력에 빠졌다. “오르간은 연주자의 개성이 드러나는 악기예요. 곡의 해석뿐 아니라 주어진 환경을 얼마만큼 활용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소리가 나요. 시대별·나라별로 다른 음색도 특징이죠. 무궁무진한 매력이 있고, 알수록 어려운 악기예요.”

2017년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오르간 오딧세이’ 때 연주와 해설을 맡았던 유아라. 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
대형 오르간에는 4단 손건반에 발건반까지 있어 연주자가 양손 양발을 바삐 움직여야 한다. 전자 기능이 탑재된 요즘 오르간 콘솔은 음색·옥타브 등의 설정값을 저장해놓는 ‘메모리’ 기능이 연주를 돕지만, 유럽 교회의 오래된 오르간은 연주자 외에 스탑을 바꾸는 보조자 3~4명이 붙기도 한다. 유아라는 “변화가 많은 곡은 단 3마디를 연주하는 동안 메모리 버튼을 6~7개도 쓴다”며 “독일 브레멘에서 1800년대 만들어진 오르간도 연주해본 적이 있다. 다른 악기에 적응할 땐 머리 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많이 해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오르간은 공간의 울림이 좋지 않으면 진가를 발휘하기 힘든 악기”라며 “롯데콘서트홀은 잔향이 좋은 공간이라 오르간 소리가 더 빛을 발한다”고 소개했다. 이번 공연은 ‘띠로리’로 시작되는 전주 멜로디가 익숙한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D단조로 문을 연다. 이어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중 ‘백조’, 클라크 ‘트럼펫 볼런터리’ D장조 등을 들을 수 있다. 발건반만으로 연주돼 현란한 페달 테크닉을 살펴볼 수 있는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도 준비돼있다.

“우리나라에선 오르간이 종교적인 악기로만 알려져있지만 대중화를 위해선 일반 교향악 클래식을 편곡해 오르간으로 연주하는 것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면 좋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공연을 보신 분들은 ‘순식간에 시간이 흘렀다’고들 하세요. 관객이 오르간에 쉽게 다가설 수 있는 공연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공연은 26일 오전 11시 30분, 전석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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