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등산 말고 PT”... 베이비부머 세대가 바꾸는 생활체육

최효정 기자 2023. 7. 4. 15:5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제력 무장한 베이비부머들 등장에 생활체육 다양화
발레부터 주짓수까지… 제한 없는 도전
전문가들 “과거 노인보다 신체 능력 월등… 스펙트럼 넓어지는 것 당연”

서울 여의도에 거주하는 1957년생 남성 임모 씨는 헬스장에서 1:1 퍼스널트레이닝(PT)을 받은 지 벌써 3년째다. 근력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이전에는 자세 교정을 위해 필라테스를 배우기도 했다. 임 씨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평생 버린 몸이 필라테스 레슨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 완전히 달라진 걸 느끼고 운동을 배우게 됐다”면서 “늙으면 등산이나 해야 한다는 건 낡은 얘기”라고 말했다.

베이비부머(한국전쟁 전후 출생자·1955~1963년생) 세대들이 대부분 은퇴자 반열에 오르면서 기존에 등산이나 걷기에만 머물러 있던 노년층 생활체육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경제력으로 무장한 이들이 건강 관리를 위해 PT 수업이나 필라테스 등 개인 체육 교습을 받거나 다양한 스포츠에 뛰어 들고 있어서다. 발레나 주짓수 같은 최신 유행 운동도 더 이상 젊은 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다.

서울 강동50플러스센터에서 진행한 중장년층을 위한 발레 프로그램인 '실버스완' 수업./강동50플러스센터 제공

통상 그간 중장년층의 생활체육은 등산이나 걷기 등 돈이 들지 않는 취미에 그친다는 사회적 인식이 주류였다. 배드민턴이나 탁구 등 구기종목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중적인 취미는 아니고, 고급 스포츠는 골프 정도에 그쳐 비교적 단조로운 양상을 띠었다. 하지만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 연령층의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생활체육 시장도 크게 달라지는 모습이다. 이들은 청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다양한 스포츠들을 섭렵해 생활체육 저변을 넓혀가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영양상태 및 의학 수준 발전으로 노년층 신체 능력이 이전과 달리 뛰어나다는 점도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과거와는 달리 근력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도 새로운 양상이다. 걷기 등 유산소 운동뿐만 아니라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남녀를 가리지 않고 무산소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잡은 것이다. 경기도 성남시에 거주하는 이 모(64)씨는 올해 초 병원에서 골다공증 위험 진단을 받은 이후부터 주 2회 1대1 PT를 받고 있다. 이씨는 “뼈가 약해지는 걸 보완하려면 근육을 키워야 한다고 해서 시작했는데 평소 갖고 있던 편견과는 달리 매우 좋은 운동인 걸 알았다”면서 “평생 운동과는 거리가 멀었던 나 같은 사람들도 강도를 낮춰서 도전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바람을 타고 발레 등 중장년층에게 벽이 높았던 분야도 인기다. 지난 5월 은퇴자를 교육하는 서울시 강동50플러스센터에서는 50대 이상을 대상으로 발레 클래스 ‘실버 스완’ 2기를 개설했는데 수강신청 당일 등록이 5분 만에 매진되는 등 인기를 끌었다. 같이 개설되는 라인댄스 수업도 마찬가지다. 센터 관계자는 “발레 수업이나 라인댄스 같은 생활체육 수업은 수강 신청 당일 5분 이내에 모두 마감될 정도로 치열하다”고 말했다.

남성의 경우 주짓수나 복싱 등 무도 스포츠에 도전하는 사례도 늘었다. 직장 등에서 은퇴한 이후에도 60대 초반밖에 되지 않는데 예전과 달리 요새는 대부분 몸 상태가 더 젊어져 충분히 훈련을 소화할 수 있다는 반응이다. 경남 창원시 진해에서 주짓수 도장을 운영하는 최 모(50)씨는 최근 아예 평일 오전에 50대 이상 남성을 대상으로 한 시니어 클래스를 개설했다. 최씨는 “무도 수련에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요즘 은퇴자들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초고령 사회를 앞두고 국가 차원에서 중장년층 건강·체력에 맞춘 다양한 예체능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건영 경일대 노인체육복지학과 교수는 “지금 60대 이상 연령층은 이전의 ‘노인’과는 신체적 능력이 많이 다르다. 기대수명 연장에 따라 생활 체육 스펙트럼도 넓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현장에서 봐도 40대의 신체 능력을 갖춘 분들도 많다. 지자체는 이에 맞춰 인프라와 커뮤니티 조성을 지원해야 하고 국가 정책적으로도 중장년층의 각기 다른 경제적 상황에 맞춘 생활체육 복지체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