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KT 일감 몰아주기 수사로 압박하지만… 품질평가·매출증가 등 허점 투성이
KDFS 비자금이 KT에 흘러들어간 증거 나와야
검찰이 KT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대한 수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 최고경영자(CEO) 공백 상태인 KT가 경영정상화를 위해 차기 대표이사 공모를 발표한 4일에도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이정섭 부장검사)는 박종욱 KT 대표이사 직무대행(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 수사의 시작은 올해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시민단체 ‘정의로운 사람들’이 “구현모 전 KT 대표가 KT텔레캅의 일감을 시설 관리업체인 KDFS에 몰아주고 이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해 로비자금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하며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한 게 계기가 됐다.
큰 틀에서 KT는 구현모 전 대표 시절 품질평가 방식을 바꾸는 방식으로 KT텔레캅의 일감을 하청업체인 KDFS에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KDFS가 이를 통해 구 전 대표 취임 후 연 매출이 크게 올랐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하지만, 해당 업체는 구 전 대표가 KT에 취임하기 전부터 품질평가 1위를 차지하고, 매출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수사에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KT “계열사 건물관리 협의는 정상 업무”
KT는 시민단체가 의혹을 제기한 직후 이례적으로 공식 입장문을 냈다. KT와 KT텔레캅이 외부 감사와 내부 통제(컴플라이언스)를 적용받는 기업으로 비자금 조성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특히 회사는 KT텔레캅이 KDFS에 일감을 몰아준 의혹에 대해 “계열사 건물 관리 총괄 업무(FM)와 관련해 수탁자인 계열사와의 협의는 위탁자인 KT의 정상적인 업무의 일환이지 계열사 업무에 대한 부당한 간섭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어 “전 그룹사 건물 관리 총괄 업무의 효율성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기존 FM 협력사에 대한 정예화를 지속해서 추진해 왔고, 이러한 추진 방향에 맞춰 실행 방안을 KT텔레캅과 협의했을 뿐 특정 회사를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협의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결국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기존 건물관리 총괄 협력사를 4개에서 2개로 정예화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며, 계열사와 의사소통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행위라는 이야기다.
◇ 품질평가 기준 변경 전부터 KDFS 1위
KT는 구현모 전 대표 취임 뒤인 2020년 시설관리 일감 발주업체를 KT에스테이트에서 KT텔레캅으로 바꿨고, KT텔레캅은 이후 평가 기준을 자의적으로 바꿔 기존에는 KDFS, KSmate, KFnS, KSNC 등 4개 하청업체에 나눠주던 일감을 KDFS와 KSmate에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검찰은 KT 경영진이 2021년 1월 KT텔레캅 관계자에게 압력을 행사해 하청업체 중 KDFS, KSmate에 일감을 몰아주도록 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KT텔레캅이 하청업체 선정 시 ‘품질평가 기준’을 KDFS에 유리하게 바꿨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KDFS 홈페이지에 공개된 회사소개서만 보더라도 KDFS는 KT 사옥관리 품질평가 및 고객만족도에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2016년부터 2017년까지 평가에서도 2위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된다.
구현모 전 대표는 2020년 3월 취임했는데, 이미 전임자인 황창규 전 회장 재임 시절부터 KDFS는 품질평가에서 우수한 점수를 기록한 것이다. 검찰이 수사 중인 의혹이 맞아떨어지려면 KDFS가 구현모 전 대표 취임 이전에는 품질평가에서 안 좋은 점수를 받았어야 한다. 하지만 이미 회사는 검찰이 주장하는 압력 시점 전부터 KT 사옥관리 품질평가 및 고객만족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품질평가 기준을 바꾸기 전이든, 후든 KDFS는 높은 품질평가 점수를 받았다.
◇ 매출도 황창규 회장 시절부터 늘어… 인건비 상승 영향도
검찰은 KDFS의 연 매출이 2020년 400억원대였는데, 구현모 전 KT 대표가 취임한 뒤 건물관리 일감을 몰아받으면서 2022년 847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올랐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DFS의 매출은 구현모 전 대표 취임 이후 늘어난 게 아니라 이석채 전 회장(2009년 1월~2013년 11월) 재임 당시 감소했고, 황창규 전 회장(2014년 1월~2020년 3월) 임기 중 다시 회복해 구현모 전 대표(2020년 3월~2023년 2월) 재임 당시 성장했다. 수치로 보면, KDFS의 연도별 매출은 2012년 251억원에서 2013년 110억원으로 줄어든 후 2018년 366억원으로 회복했다. 2020년 488억원을 기록한 KDFS 매출은 2021년 625억원, 2022년 847억원으로 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KDFS가 KT에서 올린 매출도 늘었겠지만, 인건비가 늘어나면서 KT 시설관리 업체 매출이 일제히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외부 사업 수주도 2020년 이후 좋았다. KDFS는 2020년 여의도 파크원과 시화병원 종합관리를 수주했고, 2021년에는 호서대 종합관리를, 2022년에는 파크원 페어몬트 엠베서더 서울 호텔과 호반 베르디움 스테이원 종합관리 사업을 수주했다.
◇ KDFS가 회삿돈 빼돌려 KT 경영진 비자금 조성한 증거 필요
검찰은 KDFS가 회삿돈을 빼돌려 구현모 전 KT 대표 등 경영진의 비자금을 조성해 줬는지에 대해서도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KDFS가 비자금을 조성했고, 해당 자금이 KT 혹은 KT 경영진에 흘러들어갔다면 이에 대한 증거가 필요하다.
이런 가운데 연 매출 25조원의 KT는 초토화되고 있다. 대표이사 공백으로 비상경영 상태에서 박종욱 KT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물론 신현옥 KT 부사장도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달 말 사외이사를 선임하면서 새 이사회가 꾸려져 경영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검찰 수사로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일감몰아주기는 통상 오너가 있는 그룹에서 승계를 목적으로 이뤄지는데, 오너가 없는 회사에서 전문경영인이 일감을 일방적으로 몰아줘 비자금을 마련하는 목적이 뭐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KT는 CEO 교체 시기마다 반대 세력으로부터 의혹이 쏟아져 나오는데, 이러한 불안정성을 근본적으로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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