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반수 늘어"...정부 대책에도 '사교육 불패신화' 여전
수시컨설팅 인기…“상담 밀리자 웃돈까지”
반수 선택하는 대학생들…“의대 갈래요”
학원가 “비수기 7월에도 등록문의 쇄도”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원래 논술 수업을 들을 생각이 없었는데 정시에만 집중하기 불안해 (논술)학원에 등록했어요.”
4일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만난 재수생 김모(19)양의 말이다. 김양은 애초 정시에만 집중할 생각이었지만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자 논술전형도 병행하기로 했다. 그는 “학원에서 상담을 받아보니 대입 논술도 교육과정 내 출제가 예상돼 쉬워질 것이라고 예상하더라”며 “결국 논술학원까지 등록해 학원비 지출만 월 50만원이 추가됐다”고 토로했다.
최근 교육부가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 없는 수능을 골자로 하는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발표했지만,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벌써부터 논술학원에 등록하거나 수시 컨설팅을 받는 수험생이 늘어나는 등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어서다. 특히 일부 최상위권 학생 중에선 일반대학 진학 후 의대 진학을 위해 반수를 선택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정부 대책이 어떻든 사교육 수요는 꾸준하다는 이른바 ‘사교육 불패신화’가 유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논술 여름방학 특강에 등록했다는 학생은 학원가에서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정시 전형을 준비하던 학생들도 사교육 경감대책으로 수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자 차선책으로 논술 등 수시전형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재수생 조모(19)군은 “정시만 준비하고 있었는데 최근 정부 발표에 불안감이 커져 논술까지 준비하기로 했다”며 “학원비가 비싸 부모님께 죄송하지만 삼수하는 것보다는 재수로 끝내는 게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논술학원들도 최근 수험생들의 문의가 늘었다는 반응이다. 목동의 한 논술학원 관계자는 “원래 여름방학 시즌에 문의가 많긴 한데 예년보다 더 많은 수준”이라며 “상담을 해보면 정시만 준비하던 학생들이 불안해 논술까지 차선책으로 공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등 다른 수시전형의 경우 내신·비교과 등을 고1부터 관리해야 하지만 논술전형은 비교적 내신의 영향을 덜 받기에 정시만 준비하던 학생들이 논술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수시 컨설팅 역시 반사 효과를 누리고 있다. 한 대입 컨설턴트는 “정부 대책 발표 이후 수시로 눈을 돌리는 학생들이 부쩍 늘었다”며 “워낙 상담이 밀려있다보니 웃돈을 얹으면 먼저 컨설팅 받을 수 있느냐고 문의하는 학부모도 있다”고 귀띔했다. 현재 수시 컨설팅을 받고 있는 재수생 전모(19)군은 “사교육 컨설팅이 워낙 고액이긴 하지만 학생부 관리부터 면접까지 한번에 대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학교에서도 컨설팅을 제공한다고 하는데 전문적으로 컨설팅을 하는 사교육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라고 말했다.
의대 진학을 노리며 반수를 택한 재수생들도 있다. 최근 서울 최상위권 대학을 휴학한 이모(20)씨는 “재수를 하고 입학해 고민이 많았지만 최상위권에게 쉬운 수능이 될 것 같아서 다시 도전하게 됐다”며 “조금 늦게 시작한 만큼 후회없이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대학 휴학을 결정한 김모(19)군도 “작년에 대형학원을 다니면서 공부법을 터득했기에 독학재수학원에 등록했다”며 “의대·치대·한의대가 목표”라고 말했다.
학원가에서도 물밀 듯 밀려드는 등록 문의에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한 대형학원 관계자는 “보통 6월 중순에서 말까지면 반수 접수가 모두 끝나는데 지금은 이번 달 초까지도 문의가 상당히 많은 상황”이라며 “특히 지난해 수능에서 최상위권이었던 학생들의 등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사교육 경감대책 발표 이후 풍선효과가 커지자 회의적 반응을 내놓는 전문가도 있다. 대학 서열화 개선 등 사교육 수요를 낮추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을 지낸 성기선 가톨릭대 교육학과 교수는 “정부의 섣부른 발표로 반수생이 늘어나는 등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며 “대학 서열화 등 선행학습 유발 요소들에 대한 종합 대책을 수립하고 이와 병행할 대입제도를 마련, 선행학습에 대한 사교육 수요가 자연스럽게 줄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환 (hwan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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