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딸 보내는 마음이 어땠을까…비단벌레 장신구 쏟아진 공주 무덤
인근 대릉원 일원 쪽샘지구 북단에 있는 신라 고분 44호 돌무지덧널무덤(나무로 짠 곽 주변에 돌을 쌓고 봉분을 조성한 신라 특유의 무덤)은 지난 2014년부터 실 발굴 일수 1350일이라는 기나긴 조사과정 동안 유적 현장을 둘러싸는 임시 건물까지 짓고 일반에 공개했던 국내 최초의 공개 발굴장이다.
이곳에서 발굴조사와 과학적 연구 분석을 통해 비단벌레 꽃잎 장식 직물 말다래, 피장자의 머리 꾸밈새, 금동제 장신구에 사용됐던 직물 등을 마지막으로 추가로 확인했다. 또 돌무지덧널무덤의 전체 구조와 축조 공정을 복원했고, 보존과학과 의류직물학, 토목공학, 지질학 등 여러 학문과 협업해 새로운 연구 성과를 밝혀냈다.
봉분 지름 30.8m와 23.1m의 중형 무덤의 주인공은 약 480년경 키 130㎝ 의 10세 공주로 추정된다. 원형 유물들 일부가 남은 머리맡의 금동관이나 금동신도 다른 무덤 출토물보다 작았다. 무덤 목곽부 내부 주인공 얼굴 근처에서 연지 등 화장 재료로 쓰이는 홍화도 발견됐다. 상부석단에서는 순장자 4명의 흔적도 나왔다.
특히 최고 등급 무덤에서만 종종 확인되던 비단벌레 장식이 한 무더기 쏟아져 주목받았다. 딱정벌레목에 속하는 이 곤충 200마리의 앞날개로 한 쌍의 말다래 꽃잎장식 100개를 만들 수 있다. 금관총 등에서 비슷한 장식이 발견된 적은 있으나 이번에 처음으로 죽제(竹製) 직물 말다래의 일부임이 확인된 것이다. 기존 천마총 등 왕릉의 천마도 중심 말다래와 차별화된다. 이 직물에는 평직보다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 마름모무늬가 표현된 기(綺)를 확인할 수 있고, 말다래 직물과 금동관에서 삼색경금(三色經錦)이 실물자료로는 처음 확인됐다. 삼색경금은 꼭두서니로 염색한 홍색과 말린 지치 뿌리로 염색한 자색, 원료 미상의 황색 등 3가지 색실을 사용해 뛰어난 직물과 염색 문화 수준을 보여준다.
2020년 금동관 주변에서 나온 5㎝ 폭의 유기물 다발을 현미경으로 살펴본 결과 사람의 머리카락으로 판명됐다. 삼국시대 유적에서 사람 머리카락이 나온 것도 처음이다. 견사로 추정되는 직물로 묶은 머리모양 꾸밈새를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산양 털이 고대 유적에서 나온 것도 처음이다.
이밖에도 기존에 돌절구, 금귀걸이, 바둑돌 등이 함께 발견돼 신라 최상위 계층의 왕릉급 부장품으로 추정됐고, 제례와 연관된 토기와 청동솥 등다량의 유물이 발굴됐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묘역 조성에서 무덤을 만든 후 제사에 이르기까지 축조과정을 1기의 고분 조사로 밝힌 유일한 사례”라며 “비단벌레 장식 죽제 말다래 등은 신라 공예기술의 진면목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경주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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