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피해지원단체 “결국 일본이 원하는 대로 매듭”

김세훈 기자 2023. 7. 4.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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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판결금 공탁’ 비판
역사정의와 평화로운 한일관계를 위한 공동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단체 관계자이 4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제3자 변제‘를 반대해 온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및 유족들을 대상으로 외교부가 공탁 절차를 개시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이를 규탄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외교부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징용) 피해자들의 판결금을 법원에 공탁한 것을 두고 징용피해자 지원단체들이 “역사정의를 관에 묻고 뚜껑에 대못을 박는 행위”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민족문제연구소 등 징용피해자 지원단체들은 4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역사 왜곡에 굴하지 않고 피해자들과 끝까지 연대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전날 외교부는 ‘제3자 변제안’에 동의하지 않는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 4명의 판결금을 법원에 공탁했한 터다.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은 “정부의 판결금 공탁 결정은 가해자인 일본이 책임져야 할 일을 피해국이 대신 책임을 떠안는 걸로도 모자라 이제 이 상황을 그만 끝내자는 것”이라며 “더 이상 피해자들에게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지 말라는 선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외교부가 공탁 결정을 발표한 후 후원금이 1억원 넘게 모였다. 연대의 마음이 모이고 있다”면서 “4년 뒤에는 물러갈 정권에 굽신거리지 않겠다. 국민과 함께 피해자의 손을 잡고 역사정의를 위해 싸우겠다”고 했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이 정부는 자유, 인권, 법치를 강조하는데 징용 피해자들에게는 정부의 돈을 받지 않을 자유가 있다. 또 피해자들은 인권회복을 위해 일본 기업으로부터 사죄 배상을 받겠다고 했다”며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윤석열 정권이 강조하는 자유, 인권, 법치를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정부가 일본 정부의 숙원을 해결해주는 행동대장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공탁 결정을 내린 외교부 관계자와 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이사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징용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에 대한 외교부의 판결금 공탁 신청을 광주지법이 불수리 결정한 것을 두고는 “외교부가 얼마나 허술하게 일을 추진했는지 보여주는 결정”이라고 했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는 “이번 불수리 결정을 통해 정부가 2018년 대법원 판결을 뒤집는 중대한 공권력 행사를 얼마나 엉성하게 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외교부가 이춘식 할아버지에 대한 공탁신청서도 같이 제출했지만 서류 자체가 불충분해서 신청 자체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외교부는 민법 조문에 반하는 공탁을 실행하기에 앞서 어떤 법적 검토를 거쳤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이연희 겨레하나 사무총장은 “피해자의 인권을 무시하고 사실을 왜곡하면서 내린 정부의 결정을 법원이 수용할 수 없었던 것”이라며 “정부는 돈으로 뭐든지 하려고 하지만 피해자들이 원하는 건 일본의 진심 어린 사죄”라고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외교부 민원실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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