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러브리티’김철규,“SNS와 인플루언서의 긍정,부정 양 면을 균형있게 다뤘다”

2023. 7. 4.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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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넷플릭스 시리즈 ‘셀러브리티’는 유명해지기만 하면 돈이 되는 세계에 뛰어든 아리(박규영)가 마주한 셀럽들의 화려하고도 치열한 민낯을 그린 작품이다. 지난 30일 12화가 모두 공개된 ‘셀리브리티’는 지난 2일 기준 OTT플랫폼 시청률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 집계 월드랭킹 4위를 차지할 정도로 빠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셀러브리티’의 연출은 ‘악의 꽃’ ‘자백’ ‘마더’ ‘공항 가는 길’ ‘황진이’ 등 걸출한 히트작들을 만들어 온 김철규 감독이 맡아 더욱 관심을 얻고 있다. 1994년 KBS 20기 공채 프로듀서로 입사, 현재는 프리랜서 PD로 활동하는 30년차 김철규 감독은 섬세한 연출로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다.

김철규 감독은 “다들 너무 재미있다고 해준다. 한번 시작하면 중간에 끊지 못하고 몰아서 봤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줘서 연기자들도 기분 좋아한다.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청소년 관람불가가 된 데 대해서는 “마약 문제가 컸고, 욕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청소년 관람 불가가 된 것 같다. 저희가 정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김 감독도 나이가 있는 기성세대다 보니 이 작품 연출전만 해도 SNS와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그는 “작품을 접하며서 SNS를 하기 시작했다. 피드, 언팔, 맞팔, 라방이라는 용어도 몰라 인스타그램을 뒤지고 딸과 배우에게 물어가면서 배웠다”면서 “어떤 면에서는 SNS를 몰라도 불편함이 없다. 저도 그렇게 살아왔다. 하지만 대중예술을 하는 사람이 수많은 대중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고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외면하는 건 자칫 꼰대가 되기 쉽다. 창작 하는 사람이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이 올드해지는 것이다. 자신이 해오던 것에 빠져 시야를 넓히지 못하고 다양한 걸 받아들이지 못하면 도태의 위험도 있다. 연출자로서 오래 하기 위한 도전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젊고 가장 트렌디한 영역이라고 생각한다는 인플루언서의 세계를 어떻게 그리고 싶었을까?

“사전 준비는 작가님이 많이 해주셨다. 간접적으로 들은 이야기는 많은 인플루언서 분들을 인터뷰하면서 들었다. 각종 SNS를 섭렵했던 것 같다. 사람들은 이런 것까지 올리냐고 할 정도로 SNS에 많은 사진을 올린다. SNS의 순기능도 많다. 나는 동물, 자연, 바다, 오디오 등의 정보를 주로 SNS를 통해 얻는다. 하지만 SNS가 과시욕, 탐욕, 관음증을 건드리는 지점도 있다. SNS의 양 측면을 들여다보면서 이야기하고 싶었다”

김 감독은 “인플루언서는 팔로워 수에 따른 등급에 따라 대우가 다르고 몸값이 정해진다. 연예인이 스타성과 인지도에 따라 출연료가 정해지는 점과 비슷하다”면서 “이는 좋다 나쁘다를 떠나 엄연히 존재하는 사실이다. 몰랐던 사람은 몰랐던 대로, 아는 사람은 아는대로 재밌게 볼 수 있다. 이들이 팔로워 수를 늘리는 욕망이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충분히 이해가 됐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셀러브리티’의 강력한 매력에 이끌린 것 같았다. 그는 “연출자로서의 이력을 돌아보면 대단히 무겁고 진지한 작품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라이트하고 트렌디하고 화려한 드라마를 해보고 싶은 생각은 늘 했다”면서 “그러던 중 마침 내 니즈에 맞는 ‘셀러브리티’라는 작품을 만나게 됐다. 화려하고 사치스럽고 어떻게 보면 막장스럽기도 한 드라마를 해보는 것도 의미있고 재미있는 경험이 되겠다 싶었다”고 털어놨다.

화려한 인플루언서의 세계를 보여주는 만큼 명품과 슈퍼카 등 비싼 소품이 대거 등장한다. 가품을 쓸 수 없어 실제 구매한 상품도 많았다. 이 점은 넷플릭스가 시원하게 해결해주었다.

“돈이 많이 들어갔다. 많은 부분 대여를 하고 구매도 했다. 슈퍼카도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직접 대여을 했다. 제작비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했던 걸로 알고 있다. 나는 연출자로서 제작비를 쓰는 것에 대해 겁이 많은 편인데, 오히려 제작사(넷플릭스) 쪽에서 욕심을 내달라고 독려를 해줘서 고마웠다. 출연자 한 명을 부르는 것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제작비에 대한 강박이 있었는데, ‘셀러브리티’는 전폭적으로 판을 더 크게 하고 더 쓰라고 해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넷플릭스 드라마가 국내에 그치는 게 아니라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기에 제작비 몇 푼을 아끼기보다는 과감하게 투자해서 더 많은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는 게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배우들도 다른 작품의 캐스팅과는 다른 원칙이 있었다. 도회적인 이미지의 배우를 캐스팅하려고 했고, 많이 알려진 배우보다는 신선한 얼굴들을 찾았다.

“인플루언서 모임인 가빈회도 이청아 씨 빼고는 기존 드라마에서 보지 못한 분들이 많다. ‘4차원 또라이’ 진채희 역의 한재인, 안젤라 역의 한으뜸 씨도 신인들이다.”

여기서 김 감독은 드라마를 통해 하고싶은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스포일러의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셀러브리티’의 본질을 말하고 싶은 듯했다.

“극중 등장하는 비비비페이머스(bbbfamous)라는 존재는 문제적, 논쟁적 인물이다. 다른 모든 인물들은 철저하게 현실적인 느낌이며, 지금 이 시대 사람들이 입는 옷, 먹는 음식, 말투, 욕까지도 그대로 하려고 노력했다. 비비비는 반대로 비현실적이고 가상인물 같은 거다. 특히 SNS상에서 탐욕과 질투, 관음증, 익명성 뒤에 숨은 공격성이 응축된 상징이다. 현실 세계의 주인공은 서아리이고, 가상세계의 주인공은 비비비다.”

김철규 감독은 “비비비는 특정 개인이 아니고 불특정 다수를 상징한다. 결국 실체가 드러나는데,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도 있는 존재”라면서 “익명성 뒤에 숨어있을 때는 대단히 막강한 영향력을 지녀, 그야말로 무소불위 권력을 행사해 공격 당한 사람을 극단적으로 몰아갈 수 있는 파워를 가지고 있녔지만 익명성을 걷어내는 순간, 현실세계로 들어오면 볼품없는 초라한 인물이 된다. 이 같은 비비비는 나일 수도 있고, 당신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비비를 쉽게 처리하려면 죽이면 되는데 그러기 싫었다. 악플은 우리 사회에서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심각한 범죄다. 사람을 극단적으로 몰고간다는 등 대사에 몇가지를 추가한 것은 평소 제 생각이다”고 했다.

특히 마약 관련 대사는 우리 사회에서 심각한 문제임을 알려준다. “약! 아리야. 여기선 이런 것 다해. 못하는 게 등신이지. 이런 걸 할 수 있으니까 상류층인 거야. 우리가 일반인들 하고 같니? 입고 먹는 게 평민이랑 다르면 스트레스 푸는 방법도 달라야지” 극중 인플루언서인 안젤라가 아리에게 하는 말이다.

김철규 감독은 “나는 마약이 무서운데, 생각보다 침투가 많이 됐다. 이 작품을 통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그런 부분을 터치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김철규 감독은 또 모든 배우, 특히 연기로 출발하지 않은 전효성과 강민혁도 열심히 노력해 연기 완성도를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모든 일은 한가지로 단순화 할 수 없다. SNS 인플루언서도 화려하고 사치스럽지만 부정적 측면이 있다. 양쪽 측면을 균형감 있게 현실감 있게 잡아내고 납득할 수있게 바라보고싶었다. 한쪽으로 몰아가는 것보다는 인물이건, 사건이건, 왜 이런 짓을 했는지, 왜 이 사건은 발생했는지 등을 다양하게 들여다 보고 싶었다. 그래야 인물이나 사건의 의미가 제대로 전달될 것 같았다. 그런 작업을 하면서 흥미를 느낀다. 그것이 셀링포인트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현실을 어느 정도 반영했냐는 질문에는 “음식, 의상 등 뭐만 보면 찍어 올리는 것은 대단한 리얼이다. 반면 내러티브, 사건은 현실보다 과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 두 가지가 조화를 이뤄 협력해야 드라마를 재밌게 볼 수 있다. 어느 한 쪽이 한 쪽을 침범하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답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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