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응급실 뺑뺑이 복지부는 뭐 했나”···부모단체, 감사원에 공익감사 청구
소아응급환자 부모들이 소아응급의료 시스템 붕괴의 책임을 물어달라며 감사원에 공익 감사를 요청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4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건복지부와 광역·기초 지자체에 소아 응급의료 체계 붕괴의 책임을 묻는 공익감사’를 청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소아 응급진료 거부 등을 겪은 소아 환자 양육 당사자들이 나섰다. 두 아이의 엄마인 윤은미 정치하는엄마들 소아의료팀 활동가는 “지난 4월 아이가 염증 수치 22.95의 위급한 상태로 의식이 가물거리는 상태에서 응급실을 방문했지만, 새벽 6시면 문을 닫는다는 대학병원의 운영방침에 따라 소아 병상이나 일반 응급의료센터로 옮겨지지도 못하고 의식이 없는 아이와 함께 병원 밖으로 내쳐졌다”며 “이 땅의 어떤 아이들도 아플 때 병원 문턱을 넘지 못해 밖에서 죽어가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최서연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저희 아기들이 코로나에 감염돼 여러 바이러스와 염증 등으로 40도 가까운 고열에 시달리는데도 세종충남대병원 응급실에 입원을 세 차례 거부당했다”며 “원천적으로 진료가 불가능하다는 상황은 양육자들을 불안과 무력감에 빠트린다. 이런 불안감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저출생 문제를 논하는 것은 근본적인 원인을 도외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이 이날 공개한 ‘상급종합병원 소아응급환자 수용현황’을 보면, 지난 6월 기준 전국 상급종합병원 응급실 45곳 중 단 12곳만 소아응급환자를 365일 24시간 수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마저도 12곳 중 8곳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집중돼있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기자회견문에서 “12곳을 제외한 나머지는 응급실이 열려 있어도 소아청소년과 당직의가 없으면 소아응급환자를 수용할 수 없다고 했고, 소아응급환자를 받는 요일과 시간을 정해둔 곳은 대부분 소아과 당직의가 있을지 없을지는 환자가 와봐야 안다고 답했다”며 “와봐야 안다는 말은 소위 ‘응급실 뺑뻉이’를 돌라는 소리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복지부가 별도로 지정한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10곳 중 3곳이 소아응급환자 진료를 거부한다는 제보가 있었다고도 밝혔다.
이들은 이같은 소아 응급의료 체계 붕괴는 의사·환자 간 갈등을 방치한 복지부와 지자체에 책임이 있다며 감사원이 나서라고 촉구했다.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인 서성민 변호사는 “(복지부와 지자체가) 법률에 명시한 기본 책무를 다하지 않아 현재 소아응급의료 상황은 의사 단체의 소아과 폐과 선언이 발생하고, 각 의료계 종사자들과 환자들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며 “본 감사 청구는 현재 소아응급의료시스템 붕괴의 근본적 원인이 복지부와 지자체에 있다는 것과 그 구체적 원인이 복지부와 각 지자체의 어떤 위법 또는 부당한 사무처리였는지를 감사원이 조사해 밝혀주라고 요청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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