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괴 밀수' 수천억 벌금 때리자 "입국 안했다" 위헌 주장…헌재 판단은

[theL] 공항 환승구역을 접선장소로…헌재 "밀반송범 처벌, 합헌"

/AFP=뉴스1

세관 신고 없이 국제공항 환승구역에 금괴 등 고가 물품을 들여온 경우 입국하지 않고 곧바로 출국하더라도 처벌하도록 규정된 현행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합헌을 결정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청구인 A씨 등 3명이 관세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밀반송 금지·처벌조항 등에 청구된 위헌확인 헌법소원에 대해 지난달 29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이같이 판단했다.

관세법에 따르면 여행자의 통상적 휴대품이 아닌 물건은 입국 없이 국제공항 환승구역을 통해 외국으로 옮겨지더라도 '반송신고'가 필요하다. 이를 위반하면 관세법상 밀반송죄가 적용되고, 반입된 물품의 원가가 5억원을 초과할 경우 특가법이 적용돼 1년 이상 징역형과 함께 물품 원가와 같은 액수로 벌금형이 선고될 수 있다.

A씨 일행은 2015년 7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수백차례에 걸쳐 1kg 금괴 4만여개를 홍콩에서 한국 국제공항 환승구역으로 몰래 실어나르고, 이를 다시 일본으로 밀수했다 적발돼 징역형과 수천억원대 벌금형이 각각 확정됐다.

이들은 형사재판 도중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한 뒤 기각되자 2020년 3월 헌법소원을 냈다. 그러나 헌재는 현행 제도가 타당하다고 봤다.

헌재는 "국경을 출입하는 물품의 현황을 파악해 위험 여부를 점검하고 불법행위를 못하게 하려는 목적"이라며 "반송행위에 원칙적으로 반송신고의무를 부과할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헌재는 "밀반송행위는 조세포탈 범죄로 이어지는 특성이 있고 밀반송이 반복되면 경제·외교 측면에서 한국의 대외신인도가 저하할 수 있다"며 "처벌 필요성이 크다"고 판시했다.

성시호 기자 shsung@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