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취자도 안전하게 복귀…사각지대 메우는 ‘성남시의료원 통합 응급의료센터’[현장에서]

김태희 기자 2023. 7. 4.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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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경기 성남시의료원 ‘주취자·정신질환자 통합 응급의료센터’에서 김현수 경감이 센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태희기자

지난달 22일 오후 1시50분쯤 경기 성남시의료원 응급실에는 만취 상태의 50대 남성 A씨가 긴급 이송됐다. A씨는 지인들과 자리를 가지던 중 바닥에 쓰려져 머리를 찧는 사고를 당했다. 의료진들이 몸 상태를 물었지만 술에 취한 A씨는 ‘머리가 아프다’는 말만 반복했다. 육안상 확인할 수 있는 외상이 없는 환자라 단순 주취자로 판단하고 넘어갈 수 있었지만, 의료진들은 정확한 확인을 위해 CT 촬영을 했다. 이상이 없다는 게 확인된 뒤 A씨는 병상에서 5시간 가량 쉬고 안전하게 귀가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성남시의료원 ‘주취자·정신질환자 통합 응급의료센터’(이하 통합 응급의료센터)가 지난달 8일 개소 이후 총 8건의 처리 실적을 거뒀다고 4일 밝혔다. 통합 응급의료센터를 거쳐간 이들은 모두 A씨와 같은 주취자다.

이곳은 말 그대로 긴급한 의료 조치를 해야 하는 주취자·정신질환자를 위한 곳이다. 경기남부경찰청과 성남시가 통합 응급의료 지원센터 협약을 체결하면서 문을 열었다. 전국에 총 19곳의 주취자 응급의료센터가 있으며, 경기남부권에는 성남시를 포함해 수원과 부천에 주취자 응급의료센터(정신질환자는 제외)가 있다. 성남의 경우 정신질환자까지 통합해서 응급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경기남부권에서는 처음이다.

주취자와 정신질환자는 일반 병원에서 받길 꺼리는 경우가 많다.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진료를 보기 어려울 뿐더러 돌발 행동을 하는 탓에 병원 행정을 방해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3일 경기 성남시의료원 ‘주취자·정신질환자 통합 응급의료센터’에서 김민경 간호사가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김태희기자

이런 이유 탓에 소방이나 경찰이 주취자를 인계할 곳을 찾지 못해 이송 골든 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렇다고 귀가 조치 시키기에는 안전사고 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통상 지구대나 파출소 한쪽에 주취자들이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하는데 경찰 행정 낭비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통합 응급의료센터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현장 경찰관이 주취자나 정신질환자를 이곳에 인계하면 의료진은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필요한 응급 조치를 실시한다. 조치가 끝나면 상주 경찰관은 주취 상태가 해소될 때까지 보호조치를 한다. 의료진은 치료에, 경찰은 보호조치에 집중해 각자의 부담을 해소하는 것이다.

전영진 경기남부경찰청 생활질서계장은 “현장 경찰들은 의료진이 아니라서 의학적인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면서 “단순 주취자인지, 아니면 응급 조치를 필요로 하는 경우인지 등을 통합 응급의료센터 내 의료진을 통해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안전한 대응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합 응급의료센터에서 근무하는 성남수정경찰서 소속 김현수 경감은 “힘든 업무지만 주취자·정신질환자들도 치안서비스를 필요로하는 국민들인 만큼 이곳에서 근무하는 4명의 경찰 모두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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