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탈모 주범 T세포 발견..."새로운 치료 전략 기대"

KAIST 의과대학원-중앙대병원 피부과 공동 연구

가상기억 T세포가 항원 비특이적인 사이토카인 자극을 받아 활성화되면 높은 세포독성 능력을 갖는 면역세포군으로 분화되고, 이 세포군이 세포독성 물질을 내보내 모낭 파괴와 원형탈모를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KAIST 제공.

만성 염증성 질환인 ‘원형탈모’가 발병하는 메커니즘과 이를 개선하는 새로운 치료 전략이 제시됐다.

원형탈모가 면역세포에 의해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이자 만성염증질환이란 사실은 알려져 있지만 발병 메커니즘은 지금까지 불분명했다. 

박수형·신의철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 석준 중앙대병원 피부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원형탈모 환자의 피부 조직과 혈액, 원형탈모를 유도한 쥐의 피부와 림프절을 분석해 ‘가상기억 T세포’에서 유래한 면역세포군이 탈모를 일으키는 핵심 원인이란 사실을 새롭게 밝혔다.

가상기억 T세포는 항원의 자극을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활성화된 면역기능을 갖고 있는 세포군이다. 바이러스, 박테리아, 기생충 감염 등을 조절하거나 암세포 제거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피부에서 분비된 면역조절 단백질 사이토카인(IL-12, IL-15, IL-18)이 가상기억 T세포를 활성화해 높은 세포독성 능력이 있는 면역세포군으로 분화된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 세포군은 수용체인 ‘NKG2D’를 통해 항원 비특이적인 세포독성 작용을 일으켜 모낭세포를 파괴하고 원형탈모를 유발한다는 점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사이토카인과 수용체의 기능을 억제하면 원형탈모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이번 연구는 체내에서 만성 염증을 일으키는 새로운 면역세포를 발견해 만성염증질환과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연구의 의미가 있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가상기억 T세포가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 않고, 항원 비특이적인 자극에 의해 활성화된 후 오히려 염증질환을 유발할 수 있음을 최초로 보여줬다”며 “추가 연구를 통해 항체 치료제를 개발한다면 다양한 만성염증질환에 대한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자지원사업, 4대 과학기술원 공동연구프로젝트, 대한모발학회 기초분야 연구비 지원을 받아 수행됐고, 논문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이뮤놀리지’에 게재됐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