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 법원 “선거 개표 중단”…미국, “민주주의 위협” 경고
무명에 가까운 후보가 ‘깜짝 2위’를 차지해 결선에 오른 과테말라 대선 결과에 대해 우파 진영에서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불복’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악의 경우 선거 자체가 무효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3일(현지시간) 과테말라 현지 매체 프렌사리브레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과테말라 헌법재판소는 지난 1일 최고 선거법원(TSE)에 ‘개표 결과 공식화 중지’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선거 개표가 중단됐고, 공식 선거 결과 발표도 연기되는 등 사실상 선거 절차가 중단됐다. 이 때문에 선거가 치러진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대통령, 의회, 지방자치단체 등의 선거 결과가 공식 발표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5일 치러진 대선에서는 보수 성향의 국민통합(USE) 산드라 토레스 후보가 15.66%로 선두를 차지했고, 진보 성향 풀뿌리운동의 베르나르도 아레발로 후보가 11.88%를 득표해 ‘깜짝 2위’를 차지했다. 아레발로 후보는 선거 직전까지 여론조사 지지율이 3%를 넘긴 적이 없었다.
또 이번 대선에서 나온 무효표와 백지표를 합치면 무려 24%로, 1위 후보 득표율을 훨씬 뛰어넘었다. 이는 기성 정치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무효표’와 ‘무명 후보’에 표를 몰아주며 사실상 정치권에 대해 심판한 것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우파 정당들을 중심으로 ‘부정선거’ 논란이 제기됐다. 과테말라 우파 계열 9개 정당은 “잘못 집계된 표가 1000표를 넘는다”며 재검표가 아니라 아예 개표를 다시 하거나 투표 절차를 다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차 투표에서 1위를 한 토레스 후보 역시 선거 결과가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토레스 후보는 2차 투표를 실시할 경우 수도 과테말라시티에서 인기가 높은 아레발로 후보에게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고 일부 선거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결국 헌법재판소는 이들 정당의 청구를 받아들여 선거 개표 중단 명령을 내렸다. 최악의 경우에는 선거 자체가 무효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투표 결과가 바뀔 수 있었다는 점이 확인될 경우 선거관리위원회는 법에서 명시하는 (선거) 무효 조건과 일치하는지 분석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아레발로 후보는 즉각 반발했다. 그는 “헌법재판소가 2차 투표를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며 “(선거) 결과를 수호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를 두려워하는 자들이 선거를 망치기로 결심했다”며 “과테말라 국민의 뜻을 속이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일부 시민들 역시 헌재의 결정에 반발해 법원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미국은 과테말라 대선 결과에 불복하려는 시도에 대해 경고에 나섰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미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통해 지도자를 선출할 수 있는 과테말라 국민의 헌법적 권리를 지지하며 6월 25일 선거 결과를 방해하는 노력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과 미주기구(OAS) 역시 선거 결과에 대해 “명확하게 표명된 시민의 의지”를 존중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과테말라 외무부는 국제사회를 향한 공개 성명에서 주권 존중과 내정 불간섭 원칙을 요구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32/0003232442?type=journalists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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